‘미분양 찬바람’도 비켜가는 집이 있다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랜드마크’ 기대주-실수요자 맞춤형 주택엔 청약 몰려

같은 지역서도 분양성적 극과 극 갈리는 ‘국지화’ 뚜렷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분양한‘문수로 2차 아이파크’는 순위 내에서 최고 11 대 1의 청약경쟁률로 마감됐다.

분양가가 3.3m²(1평)당 1380만 원으로 주변보다 100만 원 이상 비싼 데다 주변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데도 분양실적이 좋았다.

반면 같은 시기에 K 건설사가 울산 중구 반구동에서 935채를

분양한 아파트와, M 건설사가 울산 북구 신천동에서 741채를 분양한 아파트는 모두 청약률 ‘제로’가 나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변수에 따라 ‘국지(局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특정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청약률 ‘제로’의 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지만 일부 단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거나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예측한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확실한 ‘랜드마크’ 인기

문수로 2차 아이파크에 수요가 몰린 것은 이 아파트가 울산의 최상층이 거주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아파트가 들어설 신정동은 교육 환경이 울산에서 가장 좋은 데다 문수로 1차 아이파크가 지역 내 최고가 아파트로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

SK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9월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서 분양한 지역 내 최고층(66층)의 ‘펜타포트’ 주상복합 아파트도 최고 청약경쟁률이 9 대 1로 나오면서 분양권 전매를 노린 일명 ‘떴다방’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와이플래닝의 황용천 사장은 “지방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시기와 아파트 분양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까지 가세해 과열 양상을 빚었다”고 분석했다.

○ 실수요자 입맛에 맞는 아파트에도 줄 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필요한 규모의 신규 상품을 공급한 건설사들도 분양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고 1.2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경기 안양시 평촌동 ‘평촌 e-편한세상’. 중대형(157∼187m²) 위주로 구성된 소형 단지(220채 규모)였지만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양홍보를 맡은 미디어파워 이성규 국장은 “평촌신도시 내에서 신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의 입맛에 맞게 상품을 공급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개별 상품 위주로 움직이면서 과거 부동산 시장의 법칙 중 하나였던 이른바 ‘후광(後光) 효과’가 점차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광 효과란 특정 분양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 주변 아파트도 덩달아 분양이 잘 되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전체 부동산 시장이 좋으면 아파트가 쉽게 팔렸지만 최근에는 시세차익이 확실하거나 실수요자의 입맛에 딱 맞는 상품이 아니면 분양이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시장 상황이 좋아져도 전국적으로 12만 채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단기간에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분양실적이 양호한 주요 아파트 사례
위치아파트평균 경쟁률
(최고 경쟁률)
요인
울산 남구 신정동문수로 2차 아이파크1.2 대 1 (11 대 1)학군이 우수한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 높음
경기 안양시 평촌동평촌 e-편한세상1.2 대 1 (1.27 대 1)신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평촌신도시 내 거주자들의 요구에 맞는 상품 공급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3차 신도브래뉴1.7 대 1 (3 대 1)교통망 개선으로 서울 강남권 접근이 쉬워질 전망
충남 천안시 불당동펜타포트4.8 대 1 (9 대 1)복합개발로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 높음
충남 당진군 송악면당진 송악 e-편한세상2.8 대 1 (11.4 대 1)주변에 철강클러스터 조성으로 주택 수요 증가
자료: 각 업체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