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한국 파트너를 찾습니다”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다국적제약사들 임상시험 넘어 亞 공동투자 활기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 투자 방식을 기존 ‘임상시험’ 수준에서 ‘신약 공동개발’로 확대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제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한국 기업과 공동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의 화이자는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구개발(R&D) 전략적 제휴 설명회’를 열고 한국 측 신약개발 파트너를 본격적으로 찾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스위스계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한국 바이오 벤처 투자를 공식 표명한 데 이어 같은 달 말에는 미국 제약사 릴리 임원 12명이 신약 공동개발 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이 글로벌 신약을 한국 시장에 빨리 선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주력한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날 화이자의 공개 설명회에 참석한 로드 매킨지 화이자 글로벌 R&D 총괄책임자 겸 수석 부사장은 “한국의 R&D 수준이 최근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첫 단계부터 마지막 임상시험까지 함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매킨지 부사장은 “특히 한국 기업의 과학적인 연구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이라면서 “R&D 제휴를 통해 화이자는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은 특정 질병 치료 기술을 확보하고, 한국은 의학 연구 분야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의 이번 행사는 지난해 6월 “2012년까지 한국의 신약 연구에 3억 달러(약 292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R&D를 위해 226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340억 원의 투자비용을 책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방한한 릴리의 리처드 게이너 항암제 R&D 담당 총괄 부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제약시장이 특허기간이 끝난 신약의 ‘제네릭(복제약)’을 많이 만드는 추세지만, 제네릭을 만들어선 ‘개인 맞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다”며 “릴리는 한국 파트너와 함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 때 한국 의료진의 기술 수준과 병원 인프라스트럭처에 감동받았다”며 “현재 한국의 기초과학 중심 7, 8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릴리는 1920년대 인슐린을 개발했을 때부터 대학 및 연구기관과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해 왔다. 릴리 측은 특히 한국의 발달된 항암 치료 기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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