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막바지 고비’… 수사연장 여부 관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홍 관장은 삼성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고가의 해외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 2차 수사기간 8일 종료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63)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소환해 삼성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홍 관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때 피고발인으로 서면 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수사기관에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돈으로 미술품 구매했나?=홍 관장은 이날 오후 삼성 측 변호인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홍 관장은 6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고 오후 9시 반 귀가하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특검팀은 홍 관장을 상대로 △서미갤러리와 국제갤러리 등에서 구입한 고가 미술품의 구입 자금이 삼성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에서 나왔는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창고에서 압수한 미술품 수천 점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등을 추궁했다.

또 ‘행복한 눈물’ ‘베들레헴 병원’ 등 홍 관장이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로부터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수백억 원대 미술품의 구매 여부 등도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미 미술품 구입 자금 일부가 이 회장이 임원 명의로 차명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배당금과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을 확인했다.

한편 홍 관장은 이날 ‘에버랜드 사건’의 피고발인 자격으로도 조사를 받았다. 홍 관장이 삼성에버랜드의 주주인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각 수사 분야 마지막 고비”=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사기간) 연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수사기간은 8일로 끝나며 특검이 한 차례(15일) 더 수사 기간을 연장하면 23일 수사기간이 종료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 분야마다 결론을 내기 위한 마지막 고비에 있어 수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한 ‘에버랜드 사건’ 등의 조사 과정에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등을 5, 6차례 불러 조사했다.

그 결과 특검팀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CB 발행과 매입 등에 개입한 단서를 발견하고 이 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차명계좌 및 비자금 의혹 수사의 경우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1300여 개의 차명계좌로 2조∼3조 원대 자금을 운용해 왔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이 자금이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인지 조사하는 한편 이 회장에 대해선 수십 년 동안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며 남긴 차익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탈루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서 특검팀은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돈을 건넸다는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의 경우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