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지주회사案’ 검토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정부, 지분매각 전 과도기적 형태로 도입

정부가 산업은행이나 한국전력 등 개별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기 전에 지주회사를 세워 여러 공기업을 일괄 관리하는 ‘테마섹’ 모델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298개 공기업 가운데 올해 초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지주회사를 통한 공기업 관리방안’을 적용할 수 있는 공기업을 현재 파악 중이며 이 방안을 실시하면 어떤 파급 효과가 있는지 분석 중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31일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해 민영화하기로 한 산업은행뿐 아니라 다른 공기업도 지주회사 형태를 거쳐 매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가 테마섹 모델을 검토하는 것은 민영화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지분을 실제 매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 민영화 전에 지주회사가 공기업을 관리하는 과도기적 체제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방식이 도입되면 각 공기업을 관리하는 주체가 정부 부처에서 지주회사로 바뀌게 돼 공기업 경영진의 자율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기업의 사장에 고위 공무원이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싱가포르 ‘테마섹’처럼 지주회사가 공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다양한 투자사업을 진행해 공공 부문의 수익성을 다소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지주회사를 관리하는 한 부처에 권한이 집중돼 정부가 맘만 먹으면 공기업 경영에 종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규옥 재정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지주회사 방식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6월 말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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