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반도체 연합군’ 구성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테라비트급 차세대 기술 공동개발… 韓-日 전자업계 경쟁 본격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경쟁 관계에 있던 국내 대기업들이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선다.

최근 일본 전자기업들이 이 분야 세계 1, 2위인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한 가운데 두 국가 간 기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테라비트(10조 비트)급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원천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하고, 24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공동 R&D 협약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테라비트급 차세대 반도체는 반도체 한 개에 1만2500년분의 신문기사와 1250편의 DVD 영화를 저장할 수 있으며, 수직자기형 비휘발성 메모리(STT-MRAM) 등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2011년경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공동 개발에 들어가면서 올해부터 2년간 9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1993년 64메가 D램 개발 이후 첫 대기업 간 협력이 성사된 데는 차세대 메모리 원천기술을 조기 개발해 메모리시장을 다시 장악하려는 일본 업체들의 최근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도시바와 NEC, 후지쓰 등 3개 업체 주도로 2006년부터 STT-MRAM 개발에 30억 엔(약 270억 원)을 투입하는 국가 R&D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산자부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중소협력업체가 참여해 LCD 제조 핵심장비인 대면적 노광기를 공동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광기는 LCD 생산 과정에서 유리기판에 회로를 인쇄하는 데 쓰이는 장비로, 일본의 니콘과 캐논이 독점 공급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 소재기업인 에스에프씨와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재료 핵심기술 개발사업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LCD 기업들은 최근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한국 기업 견제에 나서고 있다. 마쓰시타전기와 캐논은 히타치의 지분을 약 25%씩 인수해 LCD와 OLED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섰으며, 도시바는 한국 기업 대신 샤프로 LCD 구매처를 돌려 한국 기업들에 타격을 입힌 바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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