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를 사수하라”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3분


소비자물가 7년만에 4%선 위협… 재경부-한은 묘책없어 발동동

《“뽀족한 수단은 없고 걱정입니다.”(재정경제부 고위당국자)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7년만에 ‘4%대 소비자물가’ 위협에 부닥쳤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최근 물가 상승이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중국 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등 대외적 요인에 따른것이므로 국내 정책당국이 손을 쓰기엔 역부족이다.

자칫 물가 상승에다가 경상수지 악화, 성장률 둔화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 사라진 환율의 완충효과

지난해 9월까지 2%대 초중반에서 움직이던 소비자물가는 10월 3.0%, 11월 3.5%, 12월 3.6% 등 급등세를 이어 왔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물가 상승세는 ‘100달러 선’을 넘보는 국제유가, 거침없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에 기인한 바 크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유로화와 엔화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 가고 있지만 원화 가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해 국내 주식시장 등에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중반까지 910∼92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10월 31일 900.7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94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품 가격이 비싸져 고스란히 소비자물가에 전가된다. 지난 몇 년간 원화 가치가 높아져 수입물가 상승을 완충해 주던 효과는 사라지고 정반대로 환율이 물가 상승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6% 치솟으며 2004년 10월(16.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달 상승률 13.7%보다 더 높아졌다.

정부는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깎아내리는 물가 상승세가 중산층이나 서민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보고 지난주 범정부 물가안정대책반을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인상 시기를 분산시키는 정도 외에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 딜레마에 빠진 중앙은행

한국은행도 진퇴양난의 처지다. 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차기 정부의 목표와 보조를 맞춰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자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원화 가치 하락은 원유 도입 단가를 끌어올리면서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해 말 유가 급등을 이유로 올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성태 한은 총재는 10일 “원유 도입 가격을 다른 전망기관보다 꽤 높게 잡았는데 지난해 12월과 1월을 보면 한은 예상보다 더 높은 단가가 유지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는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올해 성장률 6%를 목표로 내세운 새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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