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인문학서 경영의 길 찾다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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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적인 기업인, 정치인 중에는 인문학 마니아가 많은지 알게 됐습니다.”

18일 국내 최초의 최고경영자(CEO)와 사회지도층 인사를 대상으로 한 최고지도자 과정인 서울대의 ‘아드 폰테스 프로그램(AFP·Ad Fontes Program·라틴어로 ‘원천으로’라는 뜻)’을 수료한 사람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 8월 22일자 A15면 참조
CEO, 인문학에 길을 묻다

이번 1기 과정에는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최영한 국민은행 부행장,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 손언승 삼영회계법인 사장, 이민화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주장건 세종서적 회장, 이계안 국회의원 등 39명의 인사가 참여해 38명이 수료했다.

대선 하루 전이며 연말로 바쁜 시기임에도 18일 열린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의 마지막 강좌에도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들은 AFP를 수강하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사장은 “그동안 회사의 모든 부문에서 인문계는 대부분 상경계열이나 법정계열 출신을 썼는데 사람을 뽑고 다루는 인력개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전략파트에서는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외국의 유명 CEO들을 보면 1차적으로 경영·경제 지식, 2차적으로 기술적 지식, 3차적으로 인문학·예술 지식을 갖추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한국 기업의 CEO들도 이런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경호 사장은 “지금까지는 ‘잭 웰치’류의 책이나 강의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으려 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며 “이 과정을 들으며 오히려 창조의 원천은 인문학이란 확신이 생겼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과 예술 교육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사장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임원들은 경영·경제 지식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며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체계적으로 인문학 교육을 하는 강좌인 만큼 핵심 임원들을 AFP에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인 ‘아레오’의 이주호 사장은 “그동안 부끄럽고 무능한 역사로 생각했던 조선시대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이며 민주적인 시대였는지를 알게 됐다”며 “바이어들을 만날 때 한층 한국적이며 고급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주택건설 업체인 최하경 지음주택건설 사장은 이 과정을 수강하면서 ‘한국적인 것’에 매료돼 영어로 돼 있던 기존의 회사 이름을 바꿨다.

이태진 학장은 “내년 3월 개강 예정인 2기 과정에도 재계 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일반인에게도 확대돼 ‘인문학 중흥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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