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이수영 코오롱 경영전략본부 상무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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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은 발품서 나와… 사무실 잘 안가요”

“신문 등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접하면 무조건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한번 만나 주세요’라고 말해요. 만나는 분의 80%는 외부 인사들이고, 이 중엔 처음 뵙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이수영(39·여·사진) 코오롱그룹 경영전략본부 상무(전략사업팀장)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10시간 정도”라며 “신사업을 기획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물 사업과 유기태양전지 사업도 이 상무의 이러한 ‘발품’에서 시작됐다. 그는 그룹 내 100여 명의 임원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 인문학적 사고력으로 기획

신사업 기획은 재무적 분석 능력을 갖춘 경영학 전공자에게 유리하다고 여기지만,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그의 생각은 다르다.

“새로운 분야일수록 ‘상식적인 사고’가 중요합니다. 숫자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보다 때로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미국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지만, 여기서 얻은 것은 전문 지식이 아닌 ‘판단력’과 ‘자세’였다고 강조한다.

“MBA 과정에 들어가 보니, 과제 10개를 처리할 시간만 주고 과제 100개를 내주는 식이더군요. 실무에서 과도한 업무가 주어질 것에 미리 대비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스트레스를 이겨 내는 능력을 키워 주려는 목적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어요.”

아무리 유망한 신규 사업이라도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임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20∼30초 동안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점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처럼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간략하게 말하고, 이것이 나오게 된 배경과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고요. 물론 무엇보다 ‘이 사람에게 맡기면 어떻게 해서든지 해낸다’는 신뢰를 심어 주는 게 우선이지만요.”

○ 여성 임원으로 산다는 것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5년여 전 ‘웰니스(Wellness)’에서 그룹의 신사업을 찾기로 하고, 이 일을 ‘삶의 질’에 관심이 높은 여성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당시 외국계 제약사에서 일하던 이 상무가 영입됐다.

이 상무는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커피도 타고 화분에 물도 줘야 했지만 승진에선 늘 남자 동료에게 밀렸다”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답답할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 임원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더 무게를 둘 만큼 여유가 생겼다.

여성 임원이라는 희소성 때문인지, 명함을 보여 주면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잘 만나 주고 도움도 쉽게 얻을 수 있다며 여성의 장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임원이 된 뒤에 잦은 해외 출장과 늘어난 업무 등을 이겨 내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은 새벽에 헬스클럽에 다니며 체력 관리도 하고 있다.

“임원이 되기 전에는 회사를 관두고 싶을 때마다, 여기서 못 버텨 내면 다른 회사에 가서도 마찬가지라고 여기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제까지는 성과를 내는 게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한발 물러서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트렌드를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수영 상무는 △1968년 전남 해남 출생 △1986년 전남여고 졸업 △1990년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졸업 △1993년 연세대 국제정치대학원 졸업 △1994년 삼성전자 입사 △1998∼1999년 삼성에버랜드 PR매니저 등 △1999∼200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 △2001∼2002년 호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파머슈티컬스 근무 △2003년 코오롱그룹 웰니스 TF 차장 △2005년 1월∼현재 코오롱그룹 전략사업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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