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SK “협력업체와 공동 기술개발-성과 공유”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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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제조업체인 일신화학공업은 SK에너지(옛 SK㈜)와 10년 이상 ‘우정’을 지켜 오고 있다.

국내 1위 농업용 필름 제조업체인 일신화학은 1990년 SK 측에 처음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1996년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SK에너지는 수입에 의존하던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 제품을 개발할 상대를 찾았고 일신화학도 신규 사업 진출에 목말라했다.”(SK그룹 관계자)

일신화학은 2년여 SK와의 협력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고 ‘농업용 필름 내수기업’에서 수출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 2001년엔 ‘수출 1000만불 탑’을 수상했다. SK그룹은 2005년 5월 중소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3대 상생 원칙과 9대 실천 과제’를 세우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3대 상생 원칙’은 △중소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 △적극적 정보 공개 △중소협력업체의 애로사항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이어 SK그룹은 같은 해 11월 좀 더 진전된 ‘행복 동반자 경영’을 선언한다. 협력업체는 단순한 ‘협력자’가 아닌 ‘동반자’라는 경영 철학을 밝힌 것이다.

○아이디어 공모-협력업체 해외진출 독려

SK그룹의 ‘상생경영’은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이에 따른 성과를 사전에 협의한 대로 함께 나누는 ‘성과 공유제’를 특징으로 한다.

SK텔레콤이 올해 4월 개최한 ‘오픈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벤처기업으로부터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한 뒤 공동으로 개발해 성과를 나눈다는 계획이다.

이 공모전에는 77개 중소업체가 참가했고 SK텔레콤은 이 가운데 ‘게임어바웃’의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의 캐릭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박람회’의 국무총리 표창도 SK에너지에 돌아갔다.

SK에너지는 잦은 오작동으로 낭비가 심한 공장의 ‘옥외형 배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세원엔테크㈜와 공동 개발에 나섰고 유지관리비용을 약 79% 줄일 수 있는 ‘조립식 워크인 배전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SK그룹은 혼자 힘으로는 해외에 진출하기 어려운 협력업체에 ‘동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SK 측은 “SK건설이 올해 성도이엔지 등 7개 업체와 쿠웨이트의 석유화학 설비를 수주하는 등 올해 상반기(1∼6월)에만 63개사가 SK 계열사와 함께 해외에 진출했다”며 “이들의 매출액은 약 90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역량은 키워 주고, 어려움은 덜어 주고…”

SK그룹은 지난해 10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상생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최고경영자(CEO) 아카데미 △온라인 강좌 △상생 경영개발프로그램(MDP) 등을 마련했다. 최근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협력사 임직원은 2만여 명에 이른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권오용 전무는 “SK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역량 발전이 선행(先行)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SK건설도 2004년부터 ‘SK건설 파트너’ 제도를 도입하고 중소업체에 노무관리, 인력관리 등 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하우를 제공한 데 이어 지난해엔 경영지원사이트인 ‘위더스(with-us)’를 열기도 했다.

각 계열사 차원에서 진행돼온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관계(BR·Business Relations) 담당 임원회의’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SK는 현금 결제를 통해 협력업체의 ‘원활한 자금 회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SK텔레콤, SK에너지, SKC, SK가스, SK해운 등 17개 계열사가 ‘현금결제 100% 제도’를 도입했으며 현금결제 기간도 SK에너지가 기존 평균 14일에서 평균 7일, SK텔레콤이 평균 7일에서 평균 3일로 각각 줄였다. 이에 따라 SK그룹이 중소협력업체에 현금 결제하는 자금은 2005년 2조7000억 원에서 2006년에는 약 3조5000억 원으로 늘었다.

또 SK텔레콤이 신용보증기금에 20억 원의 기금을 내고 이를 보증으로 하나은행이 협력업체에 대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협약보증 제도’를 시행하는 등 현금 결제 이외의 금융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협력사 CEO 100여 명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SK그룹 ‘상생경영’ 정신을 이렇게 요약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관계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협력의 개념을 넘어 동반의 개념으로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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