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마케팅 지휘 외국인 손에 맡긴다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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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간판 계열사인 LG전자의 마케팅 부문을 사상 최초로 외국인이 총괄하게 됐다.

13일 LG그룹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의 동북아 지역 책임자(regional director)인 더모트 보든(49) 부사장이 LG전자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부사장급)로 최근 영입돼 다음 달부터 정식 출근한다.

외국 기업의 한국계 임원이 국내 대기업의 핵심 요직에 영입된 경우는 꽤 있지만 보든 부사장처럼 외국인이 핵심 분야인 마케팅의 총책임자로 임명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원에게 특정 총괄사업부의 마케팅을 맡긴 적은 있지만 LG전자 같은 ‘외국인 CMO’는 한국 전자업계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든 부사장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 런던대를 졸업했고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에서 13년, 화이자에서 11년 동안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 온 ‘마케팅 전문가’이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이번 인사는 LG전자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글로벌 마케팅 역량도 한층 강화하려는 남용 부회장의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부회장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분야인 인사 구매 제조 분야의 최고책임자도 외국인을 영입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다. 특히 신설될 최고구매책임자(CPO)에 임명될 외국인 인사의 영입 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외국인의 본사 요직 배치는 LG전자의 조직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영어 구사 능력 등 글로벌 역량을 갖추지 못한 임직원들은 상사에게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내년이 ‘LG전자의 영어 공용화 원년’이지만 상당수 임직원이 선언적 의미로만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상당한 권한을 갖는 CMO 등이 외국인이면 근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LG전자는 내년부터 인사 회계 생산 영업과 관련된 전산시스템도 모두 영어로 바꿀 계획이다.

외국인 CMO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LG전자의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전략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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