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쓰오카 자동차CEO “당장은 밑져도 최고만 만듭니다”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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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고급 수제차 만드는 日미쓰오카 자동차 미쓰오카 회장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차를 만들고 싶다.” 어찌 보면 무모한 한 기업인의 꿈이 자동차 강국 일본에 ‘고급 수제차 메이커’라는 간판을 더하게 했다. 스스로를 ‘자동차에 미친 바보’라 말하는 미쓰오카(光岡) 자동차의 미쓰오카 스스무(光岡進·68·사진) 회장이 그다. 미쓰오카 자동차는 1996년 일본에서 10번째로 자동차 메이커 승인을 받았다. 일본 도야마(富山) 시 공장에는 생산라인이 없다. 조금 규모가 큰 자동차 수리공장 같은 곳에서 직원 80여 명이 일일이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美서 본 조립차에 반해 시작

직원들은 ‘채산성 없다’ 반대

“어린 시절 꿈은 우주비행사 지금 난 자동차에 미친 바보”

2001년 도쿄모터쇼에서 이 회사가 내놓은 모델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뱀이 먹이를 노리는 이미지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고급 스포츠카 ‘오로치(배기량 3300cc·2인승)’.

“이탈리아의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못지않은 국산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었고 ‘자동차에 대한 꿈과 동경’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평판은 좋았지만 채산성이 없다는 사내 반대도 많아 판매 시작까지 6년이 걸렸다. 대당 가격 1050만 엔에 400대만을 한정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주문이 60대 들어왔고 30대 정도를 세상에 내보냈다.

오로치는 철저한 시장조사에 근거해 개발되는 대기업의 차종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그저 자신이 타고 싶은 차, ‘교차로에서 누구나 뒤돌아보는 차’를 추구했다. 결과는 지난해 일본 누리꾼들이 뽑은 ‘당신이 선택한 올해의 차’ 스포츠카 부문에서 페라리와 포르셰 터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흔히 일본 경제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로 남의 것이라도 좋은 것은 기꺼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이이토코토리’ 정신이 꼽힌다. 미쓰오카 자동차야말로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왔다.

“어릴 때 꿈은 우주비행사였습니다. 결국 택한 것이 자동차였습니다.”

미쓰오카 회장은 공고를 졸업한 뒤 자동차판매회사에 기술자로 취직했다가 10여 년 만에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처음 손댄 것은 마이크로카 사업. 1981년 출장지에서 본 50cc 엔진으로 거리를 달리는 수입 차의 모습에 반해 사내에 ‘자동차개발부’를 만들었다. 말이 ‘개발부’지 그 밑에 달랑 부원 한 사람이 있을 뿐이었고 장소도 수리공장의 한 귀퉁이였다.

개조 차 사업은 미쓰오카 회장이 미국에서 한 체험이 계기가 됐다.

“198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1930년대 영국 소형 스포츠카 회사인 MG의 클래식 카가 달리는 걸 보고 오래 된 차가 어떻게 그렇게 잘 달리는지 물어보기 위해 뒤쫓아 갔습니다.”

차 주인은 이 차가 폴크스바겐 차체에 복제 MG의 몸체를 올린 조립 차임을 알려 줬다. 진짜 중고차보다 중고차를 본뜬 조립차가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일본에 돌아온 그는 1년여 걸친 씨름 끝에 폴크스바겐을 개조한 클래식 카를 500대 한정판매로 만들어냈다. 이 차는 판매 시작 4일 만에 예약이 꽉 찼다. 이후 300대가량 주문이 더 들어왔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고객은 자기 차가 ‘흔히 볼 수 없는 차’로 남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10여 종을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다. 고객 스스로 조립해 타는 1인승 ‘키트 카’(70만 엔 내외)도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아직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부품인 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이 회사의 수제 차 분야는 적자다. 이 회사의 연매출 320억 엔 중 자동차생산 부문의 매출은 7%에 불과하다. 수입 차와 중고차 판매에서 번 돈을 자동차 개발에 쏟아 붓다 보니 가족은 그를 ‘돈 먹는 벌레’라 부른다.

“경영 이념이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겁니다.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 겁도 나죠. 그래도 가슴이 뜁니다. 항상 연애를 하며 지내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도야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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