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는 ‘창조적 현지화’ 표본”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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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씻는 마우스’ 등 IT 아이디어 상품 개발 벨킨社 레이노소 사장

“냉장고는 어느 나라에든 있지만 김치냉장고는 한국에만 있는 것 고객행동 연구로 ‘원하는 것’ 포착”

미국 벨킨은 물로 씻어 쓰는 마우스, 독특한 디자인의 노트북 용품 등 창조적인 디지털기기 액세서리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주변기기 업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디자인으로 성공한 이 회사에 영감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김치냉장고’였다.

마크 레이노소(38) 벨킨 사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창조적인 현지화(localization·로컬라이제이션)에 있다”며 “벨킨은 창조적 현지화를 ‘김치’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노소 사장은 “세계 어디에나 냉장고가 있지만 한국의 LG전자는 김치를 보관하기 위한 김치냉장고를 탄생시켰다”며 “이는 창조적인 현지화의 표본으로, 우리는 ‘김치’에 이런 의미를 담아 회사 내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이를 전파하기 위해 유리병에 김치를 넣어 러시아 지사 직원들에게 보여 줬다고 한다.

레이노소 사장은 창조적인 현지화를 할 수 있는 대표적 방법으로 ‘관찰’을 꼽았다.

“고객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절대로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년에 3차례씩 현지 진출 국가의 소비자 행태를 비디오로 녹화합니다.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다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죠.”

이런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물에 씻어 쓰는 마우스다. 주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방수 마우스’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또 컴퓨터 게이머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키보드(N52)는 미국 공군의 비행기 조종 훈련에 쓰일 정도로 정교하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는 (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방한 기간에 한국 가정을 방문해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레이노소 사장 일행은 3박 4일간 체류하면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주변 거리와 PC방 등을 찾았다.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벨킨은 앞으로 디지털기기의 주요 고객층이 될 여성 소비자에게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디지털기기는 남성을 위한 제품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여성을 위한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럽고 단순한 기능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IT 제품 시장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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