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러시’이후]<하>튀는 전략…서비스업서 길을 찾다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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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은 중국 기업의 스카우트 표적이 된다. 인력 이탈은 노하우의 유출로 이어진다. 정통 한식 메뉴를 고집해 성공을 거둔 고급 한식점 체인 ‘본가’는 현지 직원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전을 심어 주고 일체감을 조성하는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사진 제공 본가
성공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은 중국 기업의 스카우트 표적이 된다. 인력 이탈은 노하우의 유출로 이어진다. 정통 한식 메뉴를 고집해 성공을 거둔 고급 한식점 체인 ‘본가’는 현지 직원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전을 심어 주고 일체감을 조성하는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사진 제공 본가
파리바게뜨는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산층 사이에서 최고 인기 베이커리로 떠올랐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과 탁월한 맛이 인기의 비결이다. 베이징의 파리바게뜨 직영점. 사진 제공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는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산층 사이에서 최고 인기 베이커리로 떠올랐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과 탁월한 맛이 인기의 비결이다. 베이징의 파리바게뜨 직영점. 사진 제공 파리바게뜨
중국 초등학생들이 다롄에 있는 ‘베이징대 콰이러(快樂)ABC’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원 체인은 베이징대를 선망하는 중국 학생들의 심리를 파악해 베이징대와 교재 감수 및 상표권 사용에 대한 계약을 했다. 사진 제공 베이징대 콰이러ABC
중국 초등학생들이 다롄에 있는 ‘베이징대 콰이러(快樂)ABC’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원 체인은 베이징대를 선망하는 중국 학생들의 심리를 파악해 베이징대와 교재 감수 및 상표권 사용에 대한 계약을 했다. 사진 제공 베이징대 콰이러ABC
《한식당, 영어학원 체인점, 병원, 미용실, 베이커리 체인점, 치킨 프렌차이즈, 해충방제업, 아파트 시행, 인테리어…. 중국에 진출해 실패한 한국 기업이 적지 않지만 최근에는 특히 서비스업에서 성공하는 한국 업체도 조금씩 늘고 있다. 중국에 고소득층이 증가한 데다 중국은 아직 서비스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아 한국 업체가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배려가 중요한 서비스업의 특성상 유럽이나 미국보다 한국인의 시장 접근이 더 유리하다. 단, 전제 조건은 있다.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준비도 없이 시장이 눈에 보인다고 급하게 중국에 진출했다가 피눈물을 흘리며 돌아간 한국인의 이야기는 중국 전역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 통찰력에서 온 역(逆)발상

1990년대 중국에 진출한 고급 한식당이 초기에 장사가 잘되다가 급속히 몰락한 곳이 많다. “한식당이 잘되는 것을 본 중국 교포들이 앞 다투어 뛰어들어 공급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많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등 15곳에 한식당을 열어 성공을 거둔 본가 백종원 회장의 설명은 다르다.

“비싼 한식당을 오는 중국인은 접대나 자기 과시를 위해서 한식당에 오는데 그럴 때는 정통 한식집을 찾게 된다. 중국인 시각에 정통의 기준은 한국인이 많이 가는 곳이 될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푸짐하게 먹는 특성상 중국 고객은 한국 고객보다 평균 3배의 매출액을 올려 준다. 이 때문에 중국 고객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백 회장은 “한국인과 중국인 고객이 4 대 6 정도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일부 중국 고객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한국식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이 해외 진출의 제1 조건인 ‘현지화’를 어기고 역발상의 전략을 선택한 것은 1990년대부터 중국에 드나들며 시장조사를 철저하게 한 덕분이다.

치킨체인 회사인 제너시스BBQ는 중국에 없던 배달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전역에 106개 점포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원조를 이긴 프랜차이즈

중국에 진출한 외국 베이커리 가게로는 단연 파리바게뜨를 꼽는다. 베이징(10곳)과 상하이(17곳)의 고급 주택가에 깔려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중국 소비자가 몰려들고 있다. 수많은 중국 업체와 베이커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프랑스는 물론 일본, 싱가포르 업체까지 들어와 있는 중국 시장에서 파리바게뜨는 단연 1등을 차지했다.

이 회사 황희철 상무는 “성공의 비결은 공장에서 빵을 반만 조리한 뒤 가게에서 완성시키는 ‘냉동생지’ 기법에 있다”며 “이런 시스템은 한국에서 1500개의 체인점을 운영해 본 파리바게뜨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철기 홍예테크놀로지 사장은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 지역에서 20개의 가맹 학원을 가진 ‘베이징대 콰이러(快樂) ABC’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송 사장은 “중국 부모의 영어 교육열이 한국을 뺨칠 정도로 높은 것을 보고 한 차원 앞선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들여왔다”며 “중국 학생들이 선망하는 대학인 베이징대와 브랜드 사용 계약을 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 한류를 이용한 아파트 설계

부동산 개발사업처럼 중국에서 실패 사례가 많은 업종은 드물다. 내로라하는 건설회사와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중국에 들어가 복잡한 중국의 건설업 규정, ‘관시(關係)’의 한계, 판이하게 다른 부동산 개발업의 관행 때문에 모두 좌절했다.

10월 23일 중견 건설업체인 우림건설의 상하이지사에서는 감격스러운 자축 파티가 열렸다. 우림건설이 시행을 맡은 장쑤(江蘇) 성 쿤산(昆山) 시의 아파트 단지가 인기리에 100%분양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신도시 계획이 있지만 허허벌판인 이곳의 아파트 단지가 인기를 끈 것은 아파트의 외관과 내부 설계에 중국식과 한국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김철 지사장은 중국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서 설계 도면을 14번이나 바꾸었다. 그 결과 아파트의 모든 가구가 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외관을 설계했다. 또 방이 큰 중국식 아파트 스타일에 변화를 줘서 거실을 약간 키웠다.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조망권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핵가족화로 큰 거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 커져가는 고급 서비스 수요

중국에 2004년 6월 말 진출한 국내 해충방제업체 1위인 세스코는 이미 기업 고객을 1000곳이나 확보했다. 김음권 상하이지사장은 “해충방제업이 산업으로 부상하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6000달러가 넘어야 한다”며 “세스코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하이 지역을 중심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가 크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동부 해안 지역은 1988년 올림픽 이후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거 중산층이 형성되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 임금 외에도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부를 쌓은 사람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고급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는 것.

중국 전문 컨설팅업체인 윈윈차이나 승병근 사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지면 병원, 법률, 웰빙산업 등 고급 서비스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칭다오·쑤저우·자싱=이병기 기자 eye@donga.com

다롄·톈진·타이창=송진흡 기자 jinhp@donga.com

▼‘핵심 노하우’ 유출 막아라▼

중국 진출 기업 가운데 초기에 잘나가다가 나중에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인이 한국 기업의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서 빠른 속도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애써 키운 중국인 현지 직원이 나가서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진입 장벽 구축에 실패한 것.

실제로 국내 모 미용실 체인은 진출 초기에 한국 미용사를 현지로 데려가 인기를 끌었지만 미용 기술을 전수받은 현지 미용사가 따로 창업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비스 수준은 비슷하지만 요금이 확연히 싼 현지 미용실에 고객을 빼앗긴 것.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 비즈니스 모델 관리를 철저히 해서 비교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산기지는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핵심 연구개발(R&D) 조직이나 노하우가 집약된 공정은 한국에 두는 것이다. 실제 중국에서 ‘짝퉁’ 제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스타스포츠는 공장은 칭다오에 있지만 기술 개발 연구소는 한국에 두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중국 업체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 베이커리 업체인 파리바게뜨나 밀폐용기 업체인 락앤락이 대표적 사례. 이들 업체는 중국 업체가 제품을 베끼더라도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만 있으면 저가 공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현지 인력을 통해 핵심 노하우가 유출되는 것이 어렵도록 공정을 최대한 분할하는 회사도 있다. 한식 체인인 본가는 각종 찌개나 소스를 만드는 공장을 중국에 아예 설립해 주방인력이 빠져나가도 노하우 전체가 유출되지 않도록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종업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비전과 자부심을 심어 주는 일이다. 해충 박멸 업체인 세스코는 현지 직원도 열심히 일하면 법인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현지 직원의 승진 한계를 아예 없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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