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기자의 카 라이프]17인치 휠 끼운 마르샤 …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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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를 인수해 처음 운전할 때의 기분은 상쾌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이전에 탔던 모델보다 더 고급 차종이라면 그 차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죠.

1996년 가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직접 출고한 마르샤의 첫 시동을 걸었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마르샤 2000cc 엔진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4G63’ 엔진을 바탕으로 현대차가 만든 ‘시리우스’ 엔진인데 회전 밸런스가 상당히 좋고 진동도 적었습니다. 이 엔진은 당시 미쓰비시 이클립스와 랜서 등의 모델에도 들어갔죠.

7200RPM(분당 회전수)까지 올릴 수 있었는데 당시 다른 엔진들보다 10% 정도 회전한도가 높았습니다. 게다가 마르샤는 쏘나타3와 차체가 같지만 흡음재를 30kg가량 더 넣어서 소음이 적어 고급차라는 느낌을 줬습니다.

울산공장을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정숙성에 감동했고 순정 CD플레이어를 통해 들려오는 음악소리도 운전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 주더군요. 마르샤의 출력은 146마력으로 발표됐는데 지금의 출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137마력 정도가 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직접 측정한 결과 10초 정도가 나왔고 최고속도는 시속 200km였습니다.

이전 차량인 스쿠프보다 빠른 가속력과 더 나은 핸들링을 보였기 때문에 ‘튜닝을 하지 않고 순정 상태로 그대로 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은 사이즈가 큰 휠로 바꾸는 튜닝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였는데 기자도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6개월 만에 마르샤의 14인치 휠을 17인치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죠. 마차 바퀴처럼 여러 개의 스포크가 직선으로 뻗어 있는 일본 S사의 ‘핀 타입’ 휠이었습니다.

15인치 휠만해도 큰 편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17인치 휠을 넣은 마르샤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지나가는 택시 운전사들이 차창을 열고 “무슨 바퀴가 그렇게 커요”라고 물어 볼 정도였죠. 그러나 휠이 커지면서 왠지 어색하게 보이는 휠하우스(휠이 들어가 있는 공간)와 거칠어진 승차감이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튜닝이 또 다른 튜닝을 부르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죠. 차는 순정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것은 자동차 마니아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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