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돌아온 미국산 인기, 한우-호주산 초긴장

  • 입력 2007년 7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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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13일부터 팔기 시작한 미국산 쇠고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쇠고기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국내 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한우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가격 인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수입 쇠고기 시장을 주름잡던 호주산 쇠고기 수입 업체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 롯데마트의 승부수

롯데마트가 전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한 것을 놓고 회사 내부에서도 “무모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축산 농가와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큰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초기 판매 실적이 좋은 데다 여론도 소비자편을 들면서 롯데마트의 ‘결단’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를 위해 롯데마트가 ‘총대를 멨다’는 소비자 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것.

여기에다 시위 장면이 여러 차례 언론에 노출되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곳은 롯데마트’라는 인식을 심어줘 시장 선점 효과도 얻었다.

롯데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어느 정도 성공한 만큼 다른 할인점은 물론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 한우와 호주산 타격 불가피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기 전까지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4%에 달했다. 곡물사료를 먹여 키운 미국산 소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데다 가격도 싸 한우 점유율(34.6%)보다 높았다.

3년 7개월여 만에 국내 시장에 다시 등장한 미국산 쇠고기는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는 수준을 훌쩍 넘은 실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원산지보다는 가격과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그동안 훨씬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된 13일 수지, 서현, 영등포, 중계, 화정점 등 5개 점포에서 매진됐다. 특히 냉장육은 롯데마트가 준비한 10t 전량이 판매 3일째인 15일 오전까지 모두 팔려나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는 국내 한우 사육 농가에 큰 타격이다. 미국산 쇠고기와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 고급육 분야로 특화된 농가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산 쇠고기 수출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별다른 경쟁자 없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독주했던 호주로서는 옛 라이벌이 다시 나타남에 따라 새로운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호주산이 갖고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방목 쇠고기’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방목으로 인해 곡물사료를 먹이는 미국산에 비해 ‘질기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감안해 곡물사료를 먹인 쇠고기를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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