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15>대한항공… 서비스의 오케스트라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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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인천발 베트남 하노이행 대한항공(KE) 683편 기내에서 본보 경제부 이종식 기자가 비행 실습생 역할로 승무원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항공
지난달 25일 인천발 베트남 하노이행 대한항공(KE) 683편 기내에서 본보 경제부 이종식 기자가 비행 실습생 역할로 승무원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항공
■ 인천~하노이 승무원 돼 봤더니…

“서비스에서 100-1=99가 아니라 ‘0’입니다. 1%라도 소홀하면 고객들은 떠납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7시 인천공항 활주로 옆 객실승무원운영센터(COC).

최덕진 객실승무본부 국제3그룹장은 이날 오후 9시 베트남 하노이로 떠나는 6명의 승무원과 승무원 체험에 나선 본보 기자를 상대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정신교육이 끝나자 이향정 선임 사무장은 하노이 비행 시 유의점에 대한 토의를 진행했다. 그러곤 또 정신교육이 이어졌다. 이번엔 구호까지 외쳤다.

“우리의 최선이 우리를 최고로 만듭니다.”

엄격한 승무원 훈련과 왕복 8시간의 실제 승무원 체험을 통해 대한항공의 한 지붕 4가족의 삶을 가깝게 지켜볼 수 있었다.

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 기술직, 일반 사무직은 저마다 업무는 다르지만 가슴엔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간판선수’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1] “손님 입 대는 곳에 손 대서는 안 됩니다”

대한항공은 3월 항공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 어워드’에서 기내 서비스 부문 최우수상을 받는 등 지난해부터 항공 관련 상을 휩쓸고 있다.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인 비결은 무엇일까.

승무원 체험을 해 본 결과 엄격한 교육, 까다로운 한국 손님, 불만(컴플레인) 카드 등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교육원 모형 비행기 실습장에서 승무원 교육을 받았다. 첫 수업은 음료 서비스. 무심코 컵을 들자 유희재 객실훈련원 과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손님이 입을 대는 곳엔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승무원은 일사일언(一事一言). 먼저 손님과 눈을 맞추고 말을 끝낸 뒤 행동하세요.”

기본교육과 COC브리핑이 끝난 뒤 이륙 1시간 전 비행기에 올랐다. 객실과 화장실 정리 후 갤리(주방) 업무를 도왔다. 갤리 안은 잔칫집 부엌처럼 분주했다.

손님 탑승 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들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언제 바빴냐는 듯 단아하게 손님을 맞았다.

150명의 손님 중 시끄럽게 탑승하는 남성 단체 손님들이 걱정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 중 계속 술을 요구하며 미니어처 위스키를 연방 들이켰다. 더는 통제가 안 되자 이향정 사무장이 나섰다.

이 사무장은 우선 자세를 낮추고 눈을 맞췄다. 아이를 달래듯 기내 규정을 설명했고 손님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이 들었다.

이 사무장은 “손님께 양해를 구할 땐 가급적 몸을 낮춰 눈을 맞추며 얘기하는 게 중요한데 예절을 중시하는 한국 손님들은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가장 꺼리는 것 중 하나는 ‘불만 카드’다. 다른 항공사들은 이 카드를 사무장이 갖고 있다가 고객이 원할 때 내어 주지만 대한항공은 객실에 항상 비치돼 있다.

이에 대해 이강훈 객실승무원 담당 상무는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고객 관점에서 꼼꼼히 처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600건의 불만 접수 중 6%인 36건만이 징계 처리될 만큼 실제 징계 사례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2] 승무원 비행 시간 세계적 항공사와 비슷한 수준

운항 승무원은 국내 대표적인 로열블루칼라로 통한다. 운항의 전문성과 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임금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운항 승무원들의 비행시간은 연간 1000시간 이내로 묶여 있다.

황석일 조종사노조 조직부장은 “과거에는 연간 비행시간이 1800시간에 달할 정도로 과도한 적도 있었지만 2000년 단체협상을 통해 세계적인 항공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운항 승무원들은 요즘 건강 및 테스트와의 전쟁 중이다. 회사 측이 안전 운항에 모든 것을 걸면서 승무원들의 건강과 운항능력 기준을 꾸준히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에 한 차례 하는 건강검진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운항을 못하는 비율이 5%나 된다. 매년 2번씩 치러지는 기종별 운항 테스트도 2000년대 들어 합격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김종오 보잉737 기장은 “해외 체류 때에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거나 신(新)기종에 대해 연구할 때가 많다”고 했다.

[3] 국가 자격증 따면 회사서 수당으로 보상

일반 사무직과 기술직을 포함한 2006년 공채 입사자는 173명으로 75 대 1의 경쟁을 뚫은 인재들이다. 일반직의 경우 입사 후 1∼3년 동안 공항 수속팀과 영업 현장 등에서 고된 일을 맡는다. 예전 같으면 이 기간을 참지 못해 그만두는 사원도 속출했지만 작년 입사자 중에는 한 명도 없다. 대한항공의 최근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취업준비생이 대한항공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업의 안정성 △세련된 기업이미지 △해외 근무 경험 가능 등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뒤 작년 입사한 공태균(29) 씨는 “미국에서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술직들도 해외 교육 참가 등 장점이 많다.

원동기기술팀 이성욱 과장은 “2005년 1년간 미국 뉴욕에서 엔지니어 교육을 받고 왔다”며 “항공 관련 국가 자격증을 따면 회사에서 그만큼 수당으로 보상해 주고 있어 최근엔 자격증 취득 열풍도 불고 있다”고 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아내들이 좋아하는 사내 복지

대한항공 운항승무원인 최모(59) 기장은 아들 두 명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두 명 합쳐 한 학기에 4만2434달러(약 3903만 원)를 내야 하지만 절반은 회사 측이 부담해 주기로 해 학비 걱정은 줄었다. 대한항공의 학자금 지원 제도 덕분이다. 그는 “대한항공은 넉넉한 복지제도 때문에 가족들이 더 좋아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자녀 수 제한 없이 중고교 학자금 및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자녀가 MIT 등 해외 29개 명문 대학에 입학하면 수업료의 절반을 보조해 준다. 그 외의 해외 대학은 한진그룹 산하인 인하대 등록금과 같은 수준에서 학비를 지급한다.

해외 주재원의 자녀들에게도 1인당 연간 1만2000달러 한도 내에서 교육비를 제공한다.

대한항공이 가장 자랑하는 복지제도는 ‘자가 보험’이다. 매달 직원과 회사가 각각 5000원만 부담하면 의료비 걱정을 덜 수 있다.

직원 본인이 치료받을 때 5만 원을 초과하는 병원비에 대해 연간 500만 원을, 배우자는 50만 원 초과분에 대해 연간 500만 원을 지원받는다. 또 직원 사망 시 가족들에게 1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배우자가 암에 걸려도 매년 2500만 원까지 치료비를 대준다.

대한항공 신욱 복지운영팀장은 “이 정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매월 18만7000원가량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다른 회사들이 배워 가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항공권 지원도 큰 혜택이다. 직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부모, 배우자 부모는 정상 항공권의 5% 가격으로 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다. 가족당 연간 35장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단, 성수기에는 사용에 제한이 있다.

이대규 노조위원장은 “올해 임금협상의 전권을 사측에 백지위임한 결과 4%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며 “노조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양보하는 만큼 사측도 사원 복지 향상을 위해 성실하게 대응해 주면서 노사간 좋은 전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Q&A/이런 게 궁금해요

대한항공 직급별 연봉
구분금액(단위: 원)
임원1억1000만∼수억
부장6900만∼8100만
차장5700만∼6400만
과장4900만∼5300만
대리4100만∼4500만
사원3200만∼3400만
일반직과 기술직 기준 세전 연봉으로 성과급(0∼300%)은 제외된 금액. 자료: 대한항공

취업준비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대한항공 측의 답변을 들어봤다.

Q.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는….

A. 단기파견은 1년으로 어학연수와 해외지점 근무를 병행한다. 주재원은 단기파견 등으로 양성한 인력을 대상으로 과장급 이상에서 주로 선발하며 4년간 근무한다. 일반적으로 재직 중 단기파견 1회, 해외주재 1·2회의 근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Q. 일반직 입사 후 승무원 전직은 가능하나.

A. 사내 직원 중 서비스마인드 등 객실승무원의 기본 요건을 갖춘 직원에 대해 전직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남성 객실 승무원은 공채로 뽑지 않고 이 같은 승무원 전직자를 통해 충원한다.

Q. 객실 승무원의 자격 요건과 선발 기준은….

A. 여성 신입 승무원의 경우 전공 제한은 없고 2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면 지원 가능하다. 자격 요건은 신장 162cm 이상, 교정시력 1.0 이상, 토익 550점 이상 등이다.

Q. 일반직 입사 후 직무 배치는 어떻게 이뤄지나.

A. 입사교육을 마친 뒤 3지망까지 희망 부서 신청이 가능하다. 일반직 신입사원은 부서 배치 전 서비스 현장 부서(공항, 예약, 영업 등)에서 1∼3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된다.

Q. 사내 교육 프로그램은….

A.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80여 명씩 해외 단기파견 및 해외 어학연수(1년)를 실시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직원들 중 매년 10명을 선발해 서울대와 MIT 등 국내외 경영학석사과정에 보내 준다. 임원들은 매년 20∼30명씩 3개월간 서울대 경영대학이 마련한 임원경영능력 향상과정(KEDP)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

Q. 일반직 채용 시 선호하는 전공, 자격증 있나.

A. 특별한 자격 및 전공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어학 능력이 뛰어나고 국제적 감각이 있는 사람은 우대받는다.

Q. 주요 직종별 채용 절차는….

A. 일반적인 채용 절차는 원서접수(인터넷), 서류심사, 1차 면접, 인성·직무능력검사, 2차 면접, 건강검진 등으로 진행된다. 일반직 및 기술직 대졸 공채의 경우 영어 면접 및 집단토론 면접을 병행하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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