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현금인출기로 남의예금 빼낸 신종피싱 적발

  • 입력 2007년 7월 3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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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대신 몰래카메라와 카드판독 컴퓨터를 넣어둔 가짜 현금지급기(CD)로 카드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인출해간 신종 'CD 피싱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몰래 알아낸 고객정보로 카드를 복제하거나 진짜 CD에 카드판독기를 설치해 돈을 빼낸 금융사기와는 달리, 현금이 없는 가짜 CD를 직접 제작해 예금주의 돈을 인출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가짜 CD로 알아낸 카드정보로 복제카드를 만든 뒤 돈을 빼낸 혐의(특수절도 등)로 김 모(31)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일당 6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올 2월부터 최근까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흥가 골목과 초량동 상점 앞 등 보안시설이 취약한 곳에 가짜 CD 2대를 설치해놓고 100여 명의 카드정보를 빼내 7000만 원을 인출해 챙긴 혐의다.

▽진짜 같은 '가짜 CD'= 김 씨 등이 직접 만든 가짜 CD에는 현금과 은행 전산망과 연결되는 통신망 대신 중고 CD 껍데기에 중국산 최신 카드판독 컴퓨터, 몰래카메라, 소형 액정화면, 비디오만 설치됐다. 이들은 가짜 CD 2대를 제작하고 CD 내부장비를 구입하는 데에 2억원을 들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 CD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CD는 예금주가 카드를 긁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자동으로 액정화면에 '잔금 부족' '사용한도 초과'라는 메시지를 뜨게 해 예금주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 때 카드판독 컴퓨터와 몰래카메라는 예금주의 카드정보와 비밀번호를 판독해 컴퓨터와 비디오로 저장했다.

이들은 이렇게 빼낸 개인정보를 이용해 전북 완주군 소재 비밀창고에 있던 카드복제기로 복제 현금카드 100장을 만들어 돈을 수시로 빼내왔다.

경찰은 이들이 서울과 경기, 전남지역에도 가짜 CD를 설치했다는 진술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보안 취약지대만 노렸다= 김 씨 등은 금융기관과 편의점보다 유흥가 골목길이나 동네 상점 등 보안시설이 취약한 곳을 노렸다. 감시카메라 등이 있는 곳에선 가짜 CD 설치 장면이 금방 들통이 날 수 있기 때문.

우선 이들은 가짜 CD를 설치할 수 있게 해준 자영업자에게 월 10만 원의 임차료를 건넸고,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은행 직원 유니폼을 차려입었다.

전산망이 깔리지 않아 오랫동안 현금이 나오지 않으면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가짜 CD 2대를 부산 남천동 유흥가 골목이나 서울 목동, 경기 분당 등지로 3~5일 간격으로 수시로 옮기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돈을 찾는 과정 역시 치밀했다. 가만히 앉아서 개인정보를 손에 쥔 이들은 복제카드로 진짜 CD에서 돈을 찾을 때에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개인정보를 얻은 가짜 CD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변장을 하고 돈을 빼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사설업체에서 1만4379대의 CD를 운용 중이나 별다른 설치 규정은 없다"며 "금융기관이나 편의점 내부 등 정상적인 설치장소가 아닌 곳의 CD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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