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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3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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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국내 기업들의 채산성을 위협하는 한계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졌지만 금리 등 통화정책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넘치는 자금을 해외로 내보내기 위한 해외투자 활성화가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은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하지만 국제유가의 상승부담을 완화해준다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재경부는 "현재 환율 움직임이 최근 거시경제여건과 괴리된 측면이 있어 우려하고 있다"면서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고 원화 강세가 국내외적 요인들과 맞물려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여서 원화 강세 추세가 쉽사리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 깊어가는 고민=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내린 달러당 918.0원에 마감돼 920원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920~940원 사이에서 소폭의 등락을 보였지만 최근 수출 호조와 주가 상승 등으로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920원선이 무너지자 "현재의 환율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여건과 괴리돼 있다"면서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재경부는 최근 원화가 국제기구의 실질실효환율과 비교해도 고평가 돼있으며 주식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역외에서 달러 매도가 이어지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시장을 겨냥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데다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절상 압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원화절상의 기조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업체의 대형 수주소식이 발표되면 시장에 선매도 물량이 나올만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세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의 원화 강세 현상이 외환보유고 확대와 수출 호조 등 국내 상황뿐 아니라 글로벌 달러 약세 등이 겹쳐 발생한 것이므로 현 외환시장의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화의 추가 절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화를 사들이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나, 높은 수준의 외환보유고에다 환차손 증가, 외평채 과다 등의부작용 때문에 시장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더 푸는 방법이 있지만 이미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고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압박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국내 유동성을 해외로 내보내기 위해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막는 데는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기업들 '못 버틴다' 비명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이제 국내 수출기업이 원.달러 및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버텨내는데 한계에 달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화가치 절상이 장기적으로 과도하게 진행돼 우리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침식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원.엔 환율 하락에 대응한 우리 기업들의 수출 단가 인하폭이 점차 작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환율하락 흡수여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최근들어 국내 일부 산업에서 원.달러 환율 절상분을 수출가격에 전가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 하락을 감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환율변동으로 발생하는 수출가격 상승압력을 기업의 이윤 축소, 생산성 향상 등으로 내부 흡수했지만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해 불가피하게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70%가 넘고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육박하는 현대차는 원화값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약 1천400억원 감소하고,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2천억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환율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환율 급변시 정부 개입 필요"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외 요인이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 동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우려, 일본.유럽의 금리 인상 등의 요인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달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조선업체의 수주가 호조를 보이면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원화 강세가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이 급변동할 경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시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은 수출기업들은 채산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최근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국내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 "환율의 움직임에 대해서 어떤 자세가 옳은지 정부가 고민하면서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경우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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