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무역분쟁 일촉즉발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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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생제 수산물 수입금지”

중국 “환율 압박 노린 트집잡기”

미국과 중국 간에 중국산 식품과 제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돼 무역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최근 유해 성분이 들어간 중국산 치약에 이어 일부 수산물에 대해 전격 수입금지 결정을 내리자 중국은 ‘도저히 못 참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8일 메기, 베트남메기(바사), 새우, 황어, 장어 등 중국산 양식 수산물 5종에 대해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항생제가 양식 과정에서 사용됐다는 이유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중국 검역당국인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의 리창장(李長江) 국장은 1일 총국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중국에 반입된 미국산 수산물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우리는 항상 미국과 협조적으로 일해 왔다. 중국산 수산물이 자동적으로 억류되거나 무조건적으로 반품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베이징(北京)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 내 대중(對中) 강경파로 꼽히는 찰스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의원은 1일 성명을 내고 중국산 수입품을 감시할 새로운 감시부서를 미 상무부에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슈머 의원은 FDA 등 연방보건당국이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미국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수입품의 안전을 전담해 감독할 수 있는 새 감시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달 사이 미국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당국의 발표가 잇따르면서 언론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FDA 등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엔 자동차 부동액 등 산업용으로 쓰이는 화학물질인 ‘디에틸렌 글리콜(DEG)’이 중국산 치약에서 발견돼 중국산 치약 수입업체가 리콜조치를 취했다. 또 장난감 기차인 ‘토마스와 친구들’에서도 납 성분이 발견돼 150만 개가 리콜됐다. 이 밖에도 중국산 타이어, 애완동물 사료, 인형 등의 안전성을 문제 삼는 조치가 잇달아 나오면서 미국에서는 점차 ‘중국산=믿을 수 없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 CNN 방송은 중국 양식장 모습을 촬영한 화면을 보여 주면서 중국 양식업자들이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해 미국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 등 남부 지역은 FDA의 수입규제 조치가 나오기 전에 이미 주정부 차원에서 중국산 메기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ABC도 지난달 27일 저녁 뉴스에서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마늘의 70%와 특히 아시아계 마켓에서 판매되는 양념류 및 소스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며 중국산이 미국 식탁에 많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중국은 올해 3월 이후 연이어 터져 나온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괜한 트집 잡기’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2330억 달러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낸 데다 위안화 절상 요구 역시 먹혀들지 않자 엉뚱하게 중국산 제품의 안전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3개월 사이에 미국이 문제 삼은 품목 중 중국 정부가 문제점을 시인한 것은 애견사료 한 가지뿐이다. 중국은 “미국 식품에서도 대장균과 곰팡이가 검출됐다”며 역공에 나섰다가 뒤늦게 문제점을 시인하고 해당 업체의 책임자를 체포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다.

중국은 FDA가 자국산 치약에 대해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며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을 때는 “FDA가 상표등록까지 해준 뒤 이제 와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도 내심으론 걱정이 많다. 수출품의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고 마찰이 잦아질수록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서 리콜한 중국산 제품이 지난해 467건으로 5년 전보다 2배로 늘어난 것에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뤄진 전체 리콜 건수의 60%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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