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별검사로 본 생보사 대리점 실태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6분


《올해 초 서울 은평구에 사는 장모(61·건설업) 씨는 대형 보험대리점에 다닌다는 설계사 권유로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상품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보험료를 나중에 내겠다고 했지만 설계사는 “1회 보험료를 내가 대납(代納)하겠다”고까지 했다. 마지못해 보험청약서에 서명한 장 씨는 다음 날 친구에게서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청약을 철회하려 했다. 하지만 설계사가 “조금만 기다려라”며 시간을 질질 끈 탓에 청약 철회 시한인 15일을 넘기고 말았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전국 생명보험사 대리점 특별검사에 들어간 것은 최근 생보업계의 보험 유치 경쟁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문제가 드러난 대리점에 대해 등록 취소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대리점에 불법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한 보험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소비자 계약 철회 증가 등 부작용

금감원은 최근 생보사 대리점이 급증하면서 이들 대리점의 영향력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보험 계약을 모아 보험사를 상대로 수수료 협상을 벌이는 ‘매집형 대리점’들의 영업 행위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리점에 고용된 무자격자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소비자가 계약을 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대리점은 계약자에게 다른 회원을 모집해 오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다단계 판매방식’으로 계약건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험사로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대리점이 따온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 보험업계에는 대규모 수수료 협상에선 매집형 대리점이 우월적 지위인 ‘갑’이고 보험사가 열등한 지위인 ‘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대리점 편법 지원, 보험료에 전가?

생보사 대리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매출도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 및 대형 대리점을 포함한 전체 대리점의 월평균 매출은 2005 회계연도(3월 결산법인)에 7363만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462만 원 많아졌다.

같은 기간 대리점에 속한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74%가량 늘었다.

이런 대리점 소득 증가액 중에는 보험사가 편법으로 지원한 리베이트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는 자기 회사 임직원들이 올린 보험계약 실적을 대리점 계약 실적인 것처럼 조작해 대리점에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수수료 부담은 곧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생보협회 정량 부장은 “대리점 직원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험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무리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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