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증시’ 개미들 위험한 행진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정주부 이모(52) 씨는 최근 주식형 펀드에 넣어 둔 3억 원을 환매(중도 인출)했다. 주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자 아예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들기로 했다.

일단 1억 원을 대우인터내셔널, 삼성테크윈,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주에 투자한 이 씨는 나머지 돈은 언제든 ‘실탄’으로 쓰기 위해 현금으로 비축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펀드투자에 치중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복귀 시기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주식투자로 크게 손해 본 경험이 있는 개인들도 증시의 고공행진에 고무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가세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증시 기웃거리는 개미들

‘개미군단’의 복귀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은 올 1월 말 8조5358억 원에서 이달 20일 현재 11조5640억 원으로 석 달 사이에 3조 원가량 늘었다.

고객이 증권사에서 빌린 주식매입자금인 신용융자금도 같은 기간 4775억 원에서 2조119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신용융자금이 2조 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도 20일 현재 51.68%로 외국인(23.66%)과 기관투자가(21.12%) 비중의 갑절이나 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운배 목동지점장은 “종목별로 상승장이 연출되면서 거래회전율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부동산경기 침체도 한 원인

개미들이 직접투자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의 증시 활황이 결정적인 이유다.

굿모닝신한증권 분당 수내역지점 전현진 과장은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상승세가 강한 업종을 따라붙으면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관련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당PB(프라이빗뱅커)센터 김민주 PB는 “지수 상승폭이 클 때는 상대적으로 펀드 수익률이 더 낮아 보인다”며 “최근 펀드를 환매하는 고객 상당수가 직접투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이달 들어 20일 동안 1조7227억 원이 감소했다.

삼성증권 김선열 분당지점장은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주식시장이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 개미가 손댄 종목은 떨어진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의 투자 손실도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10개 종목 가운데 현대자동차(―4.39%) KT(―3.32%) 등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종목이 5개나 됐다.

활황 장세 속에서도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만 골라서 샀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주도주 또는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종목 대신 가격이 싼 종목만 찾는다”고 했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개인들이 직접투자로 돌아서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라며 “투자 전문가인 기관투자가에게 투자금을 맡기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추격 매입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