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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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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시나리오 ① 급매물 급증? ▶ 양도세 부담에 증여로 유턴
상당수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되고 종합부동산세가 늘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 등 투기성이 강한 주택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값을 낮춰서라도 무조건 팔아 달라”는 매물을 찾기는 힘들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진공인 고재영 사장은 “급매물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값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고 매물도 별로 없다. 그냥 약세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개포1단지 13평형의 현 시세는 7억7000만∼7억8000만 원, 15평형은 9억 원 안팎. 이달 들어 1000만 원가량 떨어졌지만 ‘급락’이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잠실 5단지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내리긴 했는데 워낙 사는 사람이 없어서 ‘가격 조정’을 받는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강동구와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47% 하락했지만 강남구와 서초구는 그대로였다. 이는 무엇보다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다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처분할 때도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증여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가구 2주택자가 10년 전에 5500만 원에 산 아파트를 올해 시세(9억 원)에 판다고 할 때 양도세는 4억1589만 원(주민세 등 포함)이지만 증여로 넘기면 1억6000만 원가량의 세금만 내면 된다.
○② 종부세 전가? ▶ 전-월세 수요 줄어 값 못 올려
보유세가 임대료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는다. 종부세가 전세금에 전가되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만 해도 30평형대 전세금이 최근 5억 원 밑으로 떨어진 물건도 있다”며 “세입자가 수용하지 못하는 전세금 상승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종부세 대상 아파트는 대부분 강남의 중대형 평형인데 학군 조정 등에 따라 강남의 임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세금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집주인들이 전세 아파트를 월세로 바꿔 종부세를 충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단 어긋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보증금이 없는 순수 월세 비중은 지난달 전체 신규 임대차 계약물량의 2.53%로 2001년 10월(2.4%) 이후 가장 낮다. 특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내줄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된 탓에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③ 전세대란? ▶ 쌍춘년 커플 이미 입주 마쳐
올해 서울에서 새로 완공되는 아파트는 3만777채로 지난해(4만6012채)보다 33%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 전체로는 1만6000여 채(10.7%) 감소한 13만4549채가 입주한다. 이 때문에 올해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현재까지 서울 전세금은 1.07% 상승하는 데 그쳐 작년 같은 기간(2.09%)보다 오히려 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구 창동 삼풍공인 측은 “20평형대 이하는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30평형대 이상 전세 물량은 남아돈다”며 “봄 이사철이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전세대란이 기우(杞憂)에 그친 건 ‘쌍춘년’이던 지난해 결혼을 서두른 부부가 많아 미리 전셋집을 구했기 때문. 여기에 작년 말 집값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전세 공급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세입자들이 지난해 전세물량을 ‘선(先)소비’한 데다 분양가 상한제를 기다리는 수요층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임대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고 해석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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