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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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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의 예를 들어 볼까요.
언론들은 수년 전부터 국가채무가 늘어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국정브리핑(2005년 12월 등)을 통해 언론이 국가채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필요한 위기의식을 조장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6일에도 ‘언론, 통계 공부 좀 합시다’라는 국정브리핑 기고문에서 “언론이 통계를 갖고 정부를 비판할 때는 사실 확인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해석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일부 언론의) 통계에 대한 단순하고 무지한 해석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비판은 정부가 규격화되고 치밀한 통계를 생산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본보 취재 결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통계청, e-나라지표(정부 통계네트워크) 등이 양산하는 주요 경제 통계의 상당수가 기관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보 7일자 A1·4면 참조
▶ 정부 주요통계 기관마다 들쭉날쭉
▶ 잣대 제각각… 작년 국가채무 3조9000억 차이
▶ 거품 낀 GDP?… 경제성장률 실제보다 올라가
국가채무는 2005년의 경우 재경부와 예산처가 무려 3조9000억 원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보여 주는 통합재정수지도 2005년에는 예산처와 e-나라지표가 4조3000억 원의 편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부 주장대로 경제지표에 대해 언론의 오해가 일부 있었다고 해도 이 중 상당 부분은 이처럼 제대로 된 분석을 어렵게 할 정도로 세밀하지 못한 정부의 통계관리 시스템 탓도 있을 겁니다.
권위 있는 정부 통계가 부족하다 보니 일부 통계를 둘러싼 비생산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급기야 정부가 국정브리핑 등을 통해 그 논쟁의 한복판에 끼어드는 상황까지 연출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는 언론의 통계 관련 보도를 비판하기에 앞서 우선 통계시스템부터 정상화하는 게 먼저일 듯합니다. 본보 보도 이후 e-나라지표는 7일 재경부 등과 차이를 보인 2004년 경제성장률 통계를 4.6%에서 4.7%로 바로잡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법입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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