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 펀드냐 vs 뚝심 펀드냐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이 한 걸음 앞서 나가는 상황이지만, 한국투자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한국투신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올해 펀드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 해외펀드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을 하고 있다. 해외펀드 시장은 미래에셋이 개척했지만, 한국투신은 지난해 4월 ‘베트남펀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베트남 열풍’을 주도했다.》

○ 중국-인도-베트남서 질주

미래에셋은 2003년 홍콩, 2004년 싱가포르에 각각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중국 인도 시장에 투자하는 등 해외 진출에 일찍 눈을 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이달 9일 현재 전체 펀드 수탁액 242조8650억 원 가운데 미래에셋 계열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가 총 23조8060억 원으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면서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다.

해외펀드도 미래에셋이 2005년 처음 선보였다. 해외펀드 수탁액은 당시 5940억 원에서 12일 현재 3조7515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펀드 수탁액은 16조6820억 원으로 업계 4위다. 해외펀드 운용은 2006년으로 미래에셋보다 늦었지만, 베트남 시장을 선점한 결과 베트남 펀드 수탁액(4884억 원)은 미래에셋(2412억 원)의 2배 이상이다.

한국투신이 직접 운용하는 해외펀드 수탁액은 지난해 말 4070억 원에서 12일 현재 6034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운용사 가운데 해외 진출에 필요한 운용력과 자금력을 갖춘 곳은 미래에셋과 한국투신 정도”라고 말했다.

○ 오너 체제 리더십

미래에셋과 한국투신의 한 치 양보 없는 펀드 판매 경쟁은 두 업체의 주요 경영자들이 한때 ‘한 배를 탄’ 인연이 있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한국투신을 인수한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출신이다. 그는 동원증권에서 최연소 지점장을 지내며 전국 주식 약정 1위를 차지하는 등 발군의 실력으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동원증권을 떠나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했다. 당시 동원증권에서 ‘박현주 사단’으로 불리던 구재상(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지점장, 최현만(현 미래에셋증권 사장) 지점장 등이 창업 대열에 합류했다.

두 회사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신경전도 자주 벌인다. 한국투신은 최근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과 관련해 “미래에셋이 수혜를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미래에셋이 최근 “베트남 단독 펀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베트남 펀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투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증권업계는 “오너 체제의 두 금융그룹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업무 추진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미래에셋은 시장을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한국투신은 축적된 경험과 새 경영진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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