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이슬람 종교 문화 이해하니 실적이 쑥쑥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국민은행이 지분 인수한 인도네시아 BII은행. 사진 제공 국민은행
국민은행이 지분 인수한 인도네시아 BII은행. 사진 제공 국민은행
국민은행 印尼 BII은행 투자 성공비결

“영어로 된 코란을 책상 위에 두면서 현지인과 친해졌어요.”

유광근 국민은행 해외사업추진 부장은 은행 안에서 ‘인도네시아 통’으로 불린다. 유 부장은 국민은행이 2003년 말 지분 14.22%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은행’에서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종교나 생활 방식이 다른 인도네시아에서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회고했다.

국민은행의 BII은행 투자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사례 중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년 새 투자금 706억 원에 해당하는 평가 이익을 낼 정도로 투자 성과가 좋았던 데는 유 부장과 같은 현지 파견 직원들의 피나는 현지화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이들은 현지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공부하면서 종교적인 접점을 찾기도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은행 사무실 옆 기도실에 깔린 카펫을 구두를 신은 채 밟고 지나가다가 현지인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 카펫 위에서 기도를 하기 때문에 구두를 신고 지나가는 것은 큰 실례다.

유 부장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오해도 있었지만 영어로 된 코란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로 신뢰가 싹튼 것 같다”며 “그 결과 실적도 엄청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달 말 현재 BII은행의 주가는 주당 225루피아. 인수 가격이 82루피아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3배 정도로 높아진 셈.

순이익도 2002년 이후 매년 2, 3배씩 늘어나 국민은행의 수익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총 600만 달러 규모의 은행 전산시스템을 수출하는 ‘부수입’도 올렸다.

국민은행 측은 “현재 BII 투자 성과는 배당과 평가이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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