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2월 9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거대한 공장 건물들이 ‘울긋불긋’했다. 낡은 건물이 잇따라 현대식 공장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
이 회사가 공장 현대화에 투자한 비용은 4000억 원. 올 예상이익 400억 원의 10배, 매출액 1조2000억 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근로자들의 지지와 양보 덕분에 가능했다.
2005년 전사(全社) 노사협의회 때 근로자들은 신규 투자를 하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설투자만 하고 월급은 언제 올려 주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죠.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도 투자의 필요성을 잘 압니다. 이익이 난다고 해서 당장 임금을 올리기보다는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는 거죠.”
박병욱 노무팀장의 설명이다.
창원특수강은 부도 난 삼미특수강을 포스코가 인수해 1997년 설립한 회사다.
삼미특수강의 직원 2342명 가운데 창원특수강에 입사를 지원한 1700여 명 대부분이 재고용됐다. 일자리는 유지됐지만 불안했다. 회사가 바뀐 첫해인 1997년 520억 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노사가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1999년 처음으로 흑자 156억 원을 냈다. 흑자가 이어져 2004년에는 334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경영진과 현장 근로자 모두에게 ‘불안한 흑자’였다.
“설비가 낡아 몸으로 때우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었죠.”(품질기술부 김승배 씨)
경영진은 더 불안했다. 국내 경쟁업체는 신규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고, 중국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폈다. 기술이 좋은 일본 경쟁사는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2005년 전사 협의회에서 노와 사는 서로의 불안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경영진은 “잠시의 이익에 만족하다간 2010년부터 적자로 바뀔 것”이라며 설비투자의 필요성을 알렸고 생산직 근로자들도 공감했다. 부별, 공장별 회의에서 “투자 없이는 죽는다”라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삼미특수강 시절의 아픈 경험이 근로자들의 생각을 바꿨다.
이 회사에는 노조와 노사협의회가 함께 있다. 현재 노사협의회 노측 대표를 맡고 있는 박철규 씨는 강성노조로 이름을 날렸던 삼미특수강의 노조 조직부장 출신. 그는 “매달 100억 원의 적자가 나는데도 투쟁만 했다. 삼미특수강이 쓰러진 데는 근로자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임금 동결, 투자 먼저’를 지지했던 최용운(품질 기술부) 씨는 “부도나서 팔리는 경험을 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고 했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자 행동은 빨랐다.
2005년 12월 회사는 바로 공장 설비 현대화를 시작했다.
압연공장, 조괴공장 등이 새 설비로 단장했고, 내년 6월 조괴공장 완공으로 설비 현대화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창원특수강은 올해 매출액 1조1670억 원, 당기 순이익 400억 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20% 남짓 향상된 실적이다.
내년 조괴공장 증설까지 마무리되면 연 매출액 1조5000억 원, 당기 순이익 1000억 원이 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