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인내의 끝은 달다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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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하세요.”

직장인 정혜원(34·여) 씨는 복리(複利) 금융상품에 장기간 투자하려고 최근 K은행을 찾았다가 창구직원의 말에 실망한 채 돌아섰다.

설명의 요지는 은행에선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 금융상품이 없다는 것.

K은행의 적금 만기는 1∼3년. 만기가 짧아 복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가입기간에 따른 금리 차이도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 1년 만기 적금 금리는 연 3.6%, 3년 만기는 4.1%로 0.5%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도해지하면 연 1.0∼1.5%의 수수료를 물어야 해 만기가 길수록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원금이 깨지는 건 절대로 싫은 보수적 투자자 정 씨.

그래서 펀드 상품이 복리 효과를 누리며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 금융 상품이라는 걸 알면서도 펀드 투자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데….

정 씨의 이런 생각은 과연 맞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해 5년 이상 투자한다면 정 씨의 판단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펀드를 대상으로 5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비록 일시적으로 원금 손실이 있더라도 대부분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은행권을 훨씬 웃돌았다.

○채권형 평균수익률도 23%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01년 11월 30일부터 올해 12월 1일까지 5년 동안 꾸준히 운용돼 온 주식형 펀드는 58개, 채권형 펀드는 7개였다(설정액 100억 원 이상).

정 씨의 우려대로 2001년 11월 30일의 기준가를 원금으로 가정할 경우 최근 5년 동안 한 번이라도 원금이 까지지 않은 펀드는 단 1개도 없었다.

그러나 수익률 변동이 심한 주식형 펀드인데도 누적 수익률이 ―1%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펀드도 13개에 이르렀다.

또 최근 5년 동안 운용된 58개 펀드 중 누적 수익률이 가장 낮은 펀드의 수익률이 85.5%로 은행권의 금리를 크게 웃돌았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5년 이상 운용된 7개 펀드가 모두 누적 수익률로는 기준가(원금)의 1% 이상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은 23.7%였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펀드평가팀장은 “5년 동안 수익이 크게 까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용됐던 펀드들은 최고 수익률이 343.5%에 이르는 등 전체 58개 펀드의 평균수익률(164.2%)보다 대체로 높았다”고 말했다.

○펀드투자는 타이밍 아닌 기다림

하지만 13개 주식형 펀드들도 단기적으로는 수익률 편차가 컸다.

월 수익률이 ―13%까지 떨어져 전체 주식형 펀드의 월평균 최저치 수익률(―11%)을 웃돌기도 했다.

또 13개 펀드의 연간 수익률 편차도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인 20.7%를 웃돌 만큼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달(어떤 해)은 수익률이 좋았다가, 그 다음 달(다음 해)엔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기복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펀드는 장기투자로 단기간의 약점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국내 펀드 투자자는 3개월만 수익률이 떨어져도 참지 못하고 환매에 나선다”며 “펀드에 가입할 때는 적어도 3년 이상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김 팀장은 “펀드 투자에 가입할 때는 타이밍을 겨냥하는 것보다는 기다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주식형 장기펀드 운용 실적 (단위: %)
펀드연초
대비
3년5년설정
이후
누적수익률
최저치
월간 수익률
최저치
Pru나폴레옹정통액티브주식1―1.9581.37177.45269.20―0.012―11.69
Pru나폴레옹주식2-2―3.3180.40179.38193.13―0.012―11.70
Pru나폴레옹주식2-6―2.6781.42184.32101.83―0.017―11.74
Pru나폴레옹주식2-11―2.2682.76183.54101.30―0.013―11.74
Pru나폴레옹주식2-13―3.9979.76177.74102.49―0.012―11.75
PruValue포커스주식13.0888.60164.24123.81―0.014―9.64
Templeton골드Growth주식―2.5861.85180.91247.31―0.083―10.04
TempletonGrowth주식2―2.3660.04169.40215.72―0.024―9.91
TempletonGrowth주식4―2.5460.12180.01209.52―0.012―9.99
TempletonGrowth주식5―1.5366.96211.46345.19―0.009―10.10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4.39126.86343.54454.44―0.010―13.07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4.29142.23337.84453.16―0.001―12.39
KTB글로벌스타주식형펀드7.75112.39229.33310.92―0.655―11.54

최근 5년간 장기 채권형 펀드 운용실적 (단위: %)
펀드연초
대비
3년5년설정
이후
누적수익률
최저치
월간 수익률
최저치
템플턴 다이아몬드채권13.7210.6520.5247.25―0.244―0.51
개인연금공사채73.7612.7221.1647.05―0.155―1.01
삼성우량채권14.1712.1722.2041.14―0.158―1.16
뉴분리과세국채S-13.8512.0821.5331.41―0.149―0.89
부자아빠퇴직채권14.9410.5219.8826.70―0.424―1.18
템플턴 골드채권B-1종류A4.5414.8426.0631.03―0.259―0.31
템플턴 신종분리과세국공채 B-43.249.7719.5021.79―0.179―0.54
기준일은 12월 1일, 설정액 100억 원 이상, 운용기간 5년 이상인 주식형-채권형 펀드.
최근 5년 동안 누적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펀드. (자료: 한국펀드평가)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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