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혜원(34·여) 씨는 복리(複利) 금융상품에 장기간 투자하려고 최근 K은행을 찾았다가 창구직원의 말에 실망한 채 돌아섰다.
설명의 요지는 은행에선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 금융상품이 없다는 것.
K은행의 적금 만기는 1∼3년. 만기가 짧아 복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가입기간에 따른 금리 차이도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 1년 만기 적금 금리는 연 3.6%, 3년 만기는 4.1%로 0.5%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도해지하면 연 1.0∼1.5%의 수수료를 물어야 해 만기가 길수록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원금이 깨지는 건 절대로 싫은 보수적 투자자 정 씨.
그래서 펀드 상품이 복리 효과를 누리며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 금융 상품이라는 걸 알면서도 펀드 투자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데….
정 씨의 이런 생각은 과연 맞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해 5년 이상 투자한다면 정 씨의 판단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펀드를 대상으로 5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비록 일시적으로 원금 손실이 있더라도 대부분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은행권을 훨씬 웃돌았다.
○채권형 평균수익률도 23%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01년 11월 30일부터 올해 12월 1일까지 5년 동안 꾸준히 운용돼 온 주식형 펀드는 58개, 채권형 펀드는 7개였다(설정액 100억 원 이상).
정 씨의 우려대로 2001년 11월 30일의 기준가를 원금으로 가정할 경우 최근 5년 동안 한 번이라도 원금이 까지지 않은 펀드는 단 1개도 없었다.
그러나 수익률 변동이 심한 주식형 펀드인데도 누적 수익률이 ―1%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펀드도 13개에 이르렀다.
또 최근 5년 동안 운용된 58개 펀드 중 누적 수익률이 가장 낮은 펀드의 수익률이 85.5%로 은행권의 금리를 크게 웃돌았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5년 이상 운용된 7개 펀드가 모두 누적 수익률로는 기준가(원금)의 1% 이상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은 23.7%였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펀드평가팀장은 “5년 동안 수익이 크게 까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용됐던 펀드들은 최고 수익률이 343.5%에 이르는 등 전체 58개 펀드의 평균수익률(164.2%)보다 대체로 높았다”고 말했다.
○펀드투자는 타이밍 아닌 기다림
하지만 13개 주식형 펀드들도 단기적으로는 수익률 편차가 컸다.
월 수익률이 ―13%까지 떨어져 전체 주식형 펀드의 월평균 최저치 수익률(―11%)을 웃돌기도 했다.
또 13개 펀드의 연간 수익률 편차도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인 20.7%를 웃돌 만큼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달(어떤 해)은 수익률이 좋았다가, 그 다음 달(다음 해)엔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기복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펀드는 장기투자로 단기간의 약점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국내 펀드 투자자는 3개월만 수익률이 떨어져도 참지 못하고 환매에 나선다”며 “펀드에 가입할 때는 적어도 3년 이상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김 팀장은 “펀드 투자에 가입할 때는 타이밍을 겨냥하는 것보다는 기다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주식형 장기펀드 운용 실적 (단위: %) | ||||||
펀드 | 연초 대비 | 3년 | 5년 | 설정 이후 | 누적수익률 최저치 | 월간 수익률 최저치 |
Pru나폴레옹정통액티브주식1 | ―1.95 | 81.37 | 177.45 | 269.20 | ―0.012 | ―11.69 |
Pru나폴레옹주식2-2 | ―3.31 | 80.40 | 179.38 | 193.13 | ―0.012 | ―11.70 |
Pru나폴레옹주식2-6 | ―2.67 | 81.42 | 184.32 | 101.83 | ―0.017 | ―11.74 |
Pru나폴레옹주식2-11 | ―2.26 | 82.76 | 183.54 | 101.30 | ―0.013 | ―11.74 |
Pru나폴레옹주식2-13 | ―3.99 | 79.76 | 177.74 | 102.49 | ―0.012 | ―11.75 |
PruValue포커스주식1 | 3.08 | 88.60 | 164.24 | 123.81 | ―0.014 | ―9.64 |
Templeton골드Growth주식 | ―2.58 | 61.85 | 180.91 | 247.31 | ―0.083 | ―10.04 |
TempletonGrowth주식2 | ―2.36 | 60.04 | 169.40 | 215.72 | ―0.024 | ―9.91 |
TempletonGrowth주식4 | ―2.54 | 60.12 | 180.01 | 209.52 | ―0.012 | ―9.99 |
TempletonGrowth주식5 | ―1.53 | 66.96 | 211.46 | 345.19 | ―0.009 | ―10.10 |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 | 4.39 | 126.86 | 343.54 | 454.44 | ―0.010 | ―13.07 |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 4.29 | 142.23 | 337.84 | 453.16 | ―0.001 | ―12.39 |
KTB글로벌스타주식형펀드 | 7.75 | 112.39 | 229.33 | 310.92 | ―0.655 | ―11.54 |
최근 5년간 장기 채권형 펀드 운용실적 (단위: %) | ||||||
펀드 | 연초 대비 | 3년 | 5년 | 설정 이후 | 누적수익률 최저치 | 월간 수익률 최저치 |
템플턴 다이아몬드채권1 | 3.72 | 10.65 | 20.52 | 47.25 | ―0.244 | ―0.51 |
개인연금공사채7 | 3.76 | 12.72 | 21.16 | 47.05 | ―0.155 | ―1.01 |
삼성우량채권1 | 4.17 | 12.17 | 22.20 | 41.14 | ―0.158 | ―1.16 |
뉴분리과세국채S-1 | 3.85 | 12.08 | 21.53 | 31.41 | ―0.149 | ―0.89 |
부자아빠퇴직채권1 | 4.94 | 10.52 | 19.88 | 26.70 | ―0.424 | ―1.18 |
템플턴 골드채권B-1종류A | 4.54 | 14.84 | 26.06 | 31.03 | ―0.259 | ―0.31 |
템플턴 신종분리과세국공채 B-4 | 3.24 | 9.77 | 19.50 | 21.79 | ―0.179 | ―0.54 |
기준일은 12월 1일, 설정액 100억 원 이상, 운용기간 5년 이상인 주식형-채권형 펀드. 최근 5년 동안 누적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펀드. (자료: 한국펀드평가) |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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