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않기로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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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개편에 대한 정부안이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을 줄이는 내용으로 확정됐다. 당초 논란이 됐던 환상(環狀)형 순환출자 규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 기업집단(그룹) 시책 개편 정부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이 개편안을 반영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해 내년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열린 당정협의에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 수 바뀔 가능성도

출총제는 자산규모 6조 원이 넘는 그룹에 속한 기업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게 한 제도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출총제 적용 대상은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 그룹의 자산 2조 원 이상 중핵(中核)기업’으로 바뀌고 출자한도도 순자산의 40%로 늘게 됐다. 다만 당정협의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중핵기업의 자산규모를 3조 원 또는 5조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앞으로 바뀔 가능성도 다소 남아 있다.

개편안은 또 지주회사가 상장(上場)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했던 것을 20% 이상만 보유해도 되는 것으로 완화했다.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환상형 순환출자는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 재계, “미흡하지만 대체로 만족”

재계는 정부안에 대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비교적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출총제 규제 대상이 현재 14개 그룹 343개 기업에서 7개 그룹 24개 기업으로 줄어들기 때문.

그룹별로는 삼성 7개, 현대·기아자동차 5개, SK 3개, 금호아시아나 3개, 롯데 3개, 한화 2개, GS 1개 등이다. 출총제가 유지되는 24개 중핵기업의 출자여력도 출자한도가 늘면서 현재 16조 원에서 33조 원으로 늘어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투자여력이 큰 기업들이 여전히 규제를 받게 돼 투자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출총제 폐지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 권오승 위원장, “순환출자 규제 신념 변화 없다”

순환출자 규제 도입이 백지화되면서 이를 강하게 밀어붙여 온 권오승 공정위원장의 입지가 조직 안팎에서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재계는 물론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여당 내부에서 비판이 강하게 일자 권 위원장이 한때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이날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게 그들(대기업집단)이나 국민경제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나의 길을 가겠다’는 내용이 담긴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읊기도 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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