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언론, 광고때문에 균형보도 못한다"

  • 입력 2006년 11월 2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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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에는 피가 흐른다(혈연)" 등의 직설화법을 즐겨 구사하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에는 언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정무위의 공정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김혁규의원이 설문조사 결과 공정위의 이미지가 경쟁촉진 업무보다 규제.감찰에 집중한다는 이미지가 나왔다며 그 이유를 묻자 "언론이나 경제전문가들의 견해 중에는 소리없는 다수, 즉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의 의견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공정경쟁원리 확산을 위해 논설위원이나 경제부장들을 만나서 말씀을 하면 대체로 제가 하는 말에 다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쓰는 것은 제가 얘기하는 것과 다릅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저희는 광고를 받아야 된다' 이렇게 얘기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언론이 기업-소비자 또는 대기업-중소기업과 연관된 사안을 다룰 때 균형잡힌 시각이 부족하다는 권 위원장의 평소 인식을 드러낸 것이지만 마치 모든 언론이 광고때문에 기업관련 기사를 균형있게 보도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권 위원장은 "광고 때문에 어떻게 (언론이) 사실과 다르게 쓸 수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는 안택수 의원의 항의성 요구에 "제가 전경련에 초청받아 가서 40분 동안 강연을 했는데 신문에는 전경련 회장의 인사말만 거의 다 나오고 제 얘기는 거의 안써줍디다"며 다시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이에 대해 "언론이 함부로 거꾸로 쓰지 않는다"면서 정정 발언을 요청했지만 권 위원장은 "정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면서 "언론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적절히 균형있게 반영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권 위원장은 "제가 '광고 때문에'라고 한 얘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고 안 의원은 이를 '사과'로 받아들여 설전은 일단락됐다.

공정위 내에서는 권 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순환출자 금지를 둘러싼 언론 보도가 규제 대상이 될 거대 재벌의 입장만 부각해 공정성을 잃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위원장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주요 인사들을 직접 접촉해 순환출자 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결과 그룹마다 이해관계가 갈려있다는 점이 파악됐는데도 재계가 한결같이 반대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대해 못마땅해 했다는 후문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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