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 뺨치는 화장실…고객유치 위해 ‘명품 리모델링’ 붐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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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사로잡으려면 화장실부터 고쳐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색적으로 꾸민 백화점, 호텔, 식당가의 화장실이 고객들을 이끄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소파와 잡지 TV가 놓인 화장실(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화장실부터 고쳐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색적으로 꾸민 백화점, 호텔, 식당가의 화장실이 고객들을 이끄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소파와 잡지 TV가 놓인 화장실(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개별 부스 안에 세면기와 거울이 설치된 화장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개별 부스 안에 세면기와 거울이 설치된 화장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6층 남성복 매장. 근처에 있는 남자 화장실 입구에 들어서자 구불구불한 통로가 나타났다. 파란색 타일이 모자이크처럼 붙어 있는 벽은 물결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용변기가 있는 화장실 부스도 둥근 원 모양이다. 세면대가 한데 모여 있는 대신 소변기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도 독특하다. 》

이 화장실의 테마는 ‘미로 같은’ 화장실. 각진 벽과 네모반듯한 부스가 있는 화장실의 고정관념을 깨고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리모델링됐다.

파격적으로 변신한 이곳 화장실은 고객들 사이에서 이미 명소(名所)가 됐다. 입구에서부터 화장실 안까지 사진을 찍는 고객들로 붐빌 정도다.

○ 이미지를 파는 곳

이색적으로 만든 ‘명소’ 화장실이 늘고 있다. 백화점과 호텔, 레스토랑 등이 앞 다퉈 고객을 끌기 위해 화장실을 파격적으로 꾸미고 있다.

최근 미국 CNN의 경제뉴스 사이트인 CNN머니는 “부자가 되려면 화장실부터 고치라”고 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은 독특하게 만들어진 화장실부터 먼저 유명해진 케이스로 꼽힌다. 로비에 들어선 화장실은 우선 1인용으로 만들어졌다. 좌변기마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가 걸려 있고, 세계적인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이 호텔 박부명 PR코디네이터는 “앞선 문화를 표방하는 호텔 이미지에 맞게 화장실도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지하층 화장실.

이곳은 검은색 벽에 할로겐과 색색의 부분 조명을 이용해 마치 나이트클럽처럼 꾸며져 있다. 주변 대학가의 젊은 고객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설상수 현대백화점 인테리어팀장은 “화장실은 단순히 위생공간을 넘어 그 백화점과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 개방된 공간으로 변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은 화장실마다 소파와 잡지, PDP TV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친구를 만나는 고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이 건물 4층 화장실은 외부를 볼 수 없는 일반 백화점과는 달리 유리벽으로 설치됐다.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33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탑 클라우드’의 화장실도 유리벽으로 꾸며졌다.

남산 N서울타워에 있는 ‘하늘 화장실’도 남자 화장실의 벽면이 통유리다. 화장실에서도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단, 이들 화장실은 특수유리를 사용해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다.

16일 경기도가 실시한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유통센터 부문 최우수 화장실로 뽑힌 롯데백화점 경기 안양점은 남자용, 여자용 화장실 대신 가족용 화장실이 마련됐다. 아이와 함께 쇼핑에 나선 부부 고객들이 함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연식 한국화장실협회 실장은 “화장실이 휴식의 장소, 만남의 장소가 되면서 폐쇄적인 공간에서 개방된 공간으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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