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속에 ‘신천지’가 있더라”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한국의 전통식품을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대상의 청정원 마케팅팀은 ‘해외관광 여행객 수’ 통계를 보고 무릎을 쳤다. 1998∼2001년 내국인 출국자가 연평균 24%씩 급증하고 있었던 것. 해외로 나갈 때 고추장을 간편하게 들고 갈 수 있게 하면 잘 팔리겠다 싶었다. 결국 치약처럼 생긴 튜브에 한두 끼 분량의 고추장을 넣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나온 튜브형 ‘순창 쇠고기볶음 고추장’은 이젠 해외 여행객의 필수품이 됐다. 이 제품의 매출액은 2004년 19억7700만 원에서 지난해 36억21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52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통계수치를 이용하는 것은 경영학의 기본. 특히 통계청 등 국가 기관의 통계는 신뢰도가 높고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알코올도수를 20도로 낮춘 두산의 ‘처음처럼’은 ‘음주현황’ 지표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에서 힌트를 얻은 제품이다. 1998년 이후 여성 음주율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증하는 데 착안한 것.

제품 개발 과정에 여성 소비자를 대거 참여시켰고 경품으로 화장품을 제공하는 등 순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결국 약 6개월 만에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하는 히트상품이 됐다.

CJ의 ‘햇반’과 오뚜기의 ‘씻어 나온 쌀’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 홀로 가구(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한 제품. CJ는 1985년 66만 가구에 불과하던 1인 가구가 1995년 164만 가구로 급증한 것을 보고 2∼3분만 데우면 먹을 수 있는 즉석 밥을 내놓게 됐다고 한다.

유아용품업체인 보령메디앙스는 2001년 초 ‘인구동태조사’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 지표가 계속 감소하는 것을 보고 외동 자녀를 위한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여 성공했다. 해태음료도 ‘장래 인구 추계’를 활용해 고령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중장년층 남성과 실버 세대를 겨냥한 한방음료 ‘궁비’를 내놓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사이버 쇼핑몰 통계조사’를 활용해 여성 상품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 결과 전체 주문 건수가 200% 늘어났다.

현재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통계서비스시스템은 통계정보시스템(kosis.nso.go.kr), e-나라지표(www.index.go.kr), 지리정보시스템(gis.nso.go.kr) 등 5가지.

김선옥 통계청 정책홍보담당관은 “특히 통계정보시스템에는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통계자료가 담겨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기업의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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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통계 자료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사례
제품관련 통계 자료착안점
두산 ‘처음처럼’―음주 현황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여성 음주율 증가
CJ ‘햇반’―인구주택총조사―1인 가구 증가
오뚜기 ‘씻어 나온 쌀’― 〃― 〃
청정원 ‘순창 쇠고기볶음 고추장’―해외관광 여행객 수―내국인 출국자 증가
보령메디앙스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인구동태조사―합계출산율 하락
해태음료 ‘궁비’―장래 인구추계―고령 인구 증가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몰’―사이버 쇼핑몰 통계의 상품군별 거래액―의류 패션 관련 상품 급성장
자료: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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