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찡한’ 신제품 발표회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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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트로닉스는 1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김치냉장고 클라쎄 2007년형’을 선보였다.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오른쪽)과 클라쎄 모델로 활동 중인 영화배우 심혜진 씨가 김치냉장고 뚜껑을 열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1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김치냉장고 클라쎄 2007년형’을 선보였다.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오른쪽)과 클라쎄 모델로 활동 중인 영화배우 심혜진 씨가 김치냉장고 뚜껑을 열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2006년형입니다.”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우일렉트로닉스 ‘김치냉장고 클라쎄 2007년형’ 발표회 현장. 이승창(56) 대우일렉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이색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국내 가전업계 3위의 대우일렉은 최근 인도의 가전업체인 비디오콘과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자회사인 RHJ인터내셔널 컨소시엄에 매각 작업이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의 인사는 자신의 사장 직함이 곧 사라질 것임을 감안한 것이었다.

이날 행사는 ‘신제품 발표회’를 표방했지만 이 사장을 비롯한 이 회사 임원들은 ‘주인’이 바뀌기 전 대우일렉의 마지막 행사임을 강조라도 하듯 유독 “새롭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마음가짐’이란 말이 자주 나왔다.

이 사장은 회사 매각과 관련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전자 제조업체는 5년 앞을 내다본 선(先)투자 개발이 중요하다는 특수성을 채권단이 고려해 주지 않았던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신규 투자 없이는 현상 유지도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 비난을 무릅쓰고 경영진이 나서서 매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는 “착잡하다”는 말과 함께 입술을 꾹 다물고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 사장은 “기술 유출이나 인력 감축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가피하다”며 “다만 인수 업체가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보장한다면 현재까지의 기술이 공개되더라도 선도기술 연구업체로의 역할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의 가장 큰 패인이자 자산은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비싼 수업료를 거둬들일 시기가 되었는데 안타깝다”며 말을 맺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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