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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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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10조 원 빠졌다면 한국 증시 큰 혼란에 빠졌을 것”
증시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비중이 높았던 외국인들이 자연스레 차익실현을 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들은 3, 4년 전만 해도 10조 원 넘는 돈이 빠졌다면 한국 증시는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이를 잘 버텨내고 있다. 올해 외국인들은 8조 원 가까이 순매도했지만 코스피지수는 4.3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예전 같으면 코스피지수가 1,000 선 밑으로 곤두박질쳤겠지만, 지금도 1,300 선대 초반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
외국인들이 처음으로 순매도한 2002년에는 코스피지수가 10% 가까이 폭락했다.
○ 적립식 펀드 23조 원… 한국 증시 버팀목
“과거 우리 증시 구조에서 이 정도의 외국인 매도라면 제2의 외환위기가 왔을 겁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의 말은 최근 외국인 매도 공세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요즘 국내 증시가 꿋꿋이 버텨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간접투자자금인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기관투자가들이 적립식 펀드에 모인 돈으로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 주면서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와 올해 기관들의 순매수(매수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 금액은 13조9773억 원으로 외국인 매도금액을 넘어선다.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3월 말 6조5522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23조1485억 원으로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적립식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8%에서 45%로 늘어났다.
대한투자증권 주상철 증시분석팀장은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대체투자 방법이 없는 데다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적립식 펀드로 계속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 다변화로 성장한 한국 증시
국내 증시의 맷집이 세진 것은 ‘학습효과’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응능력이 생겼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달 10일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콜금리를 인상했으나, 코스피지수는 하락폭이 10.62포인트(0.81%)로 크지 않았다. 올해 6월 8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소식에 전날보다 43.71포인트(3.45%) 급락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 증시에서 전일 대비 2% 이상 급등락한 주요 원인은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35.3%), 국제유가 등락(27.4%), 국내 금리인상(13.7%) 등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다양성’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는 “예전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부침(浮沈)에 따라 증시가 좌우됐는데 최근엔 금융업종 등의 성장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축이 다변화됐다”고 분석했다.
○ 증시 강철 체력 언제까지…
하지만 세계경기가 둔화세로 접어든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더디게 이뤄진다면 국내 증시의 체력도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주가 변동폭이 줄었지만, 경기 사이클이 하강국면으로 가면서 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들의 최근 매도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만 인도 태국 등 다른 아시아권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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