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전이 남긴 빅4 ‘4色’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속 보이는 포커페이스.’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확정된 16일. 승자인 나응찬 신한지주 회장, 패자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관객’인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은 겉으로는 “크게 변한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 설레는 승자

나 회장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직원들에게 “경쟁자를 배려해 겸손하게 일하라”고 했다.

신한지주의 한 임원은 이 말의 초점이 ‘배려’보다는 ‘일하라’에 맞춰져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나 회장은 17일 “그동안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어 기업 대출에 주력했는데 이제 소매업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소매업에선 후발주자인 만큼 카드 고객을 철저히 분석해 열심히 뛰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나 회장은 1000만 명이 넘는 LG카드 고객의 소비 행태,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하면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날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하고 ‘종합금융그룹’이란 단어를 반복해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LG카드는 소액주주 지분이 낮아 상장(上場) 폐지가 불가피하지만 2년 동안은 상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답답한 패자

패자는 겉으로만 담담할 뿐 속은 숯검정처럼 까맣게 탔다.

이날 하나금융지주 김 회장은 “현재 자산 규모도 충분히 크다”며 “인수합병(M&A)은 기업 행위의 일부일 뿐이므로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답답증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이어 그는 새 사업 계획을 쏟아냈다.

중국, 동아시아, 미국의 현지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처음 밝혔다. 하나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가 포화인데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 불안한 ‘관객’들

17일 오전 서울 본점으로 출근하는 국민은행 강 행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2인자인 신한지주가 바짝 추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최근 강 행장은 월례조회에서 “수익구조가 편중되고 있고 자산 성장이 정체되는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는데 며칠 만에 불안 요인이 더해진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황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를 만나 “LG카드를 인수했다면 개인 신용 부문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종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난 정말 LG카드를 원했는데 대주주(예금보험공사)가 말렸다”고도 했다.

한편 LG카드 지분을 보유한 14개 금융회사는 짭짤한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주식을 산 가격은 주당 3만5000∼3만6000원 선. 이들 회사의 지분(80.8%)을 주당 6만8500원에 매각하면 주당 평균 3만2500원 이상의 차익이 생긴다.

14개 금융회사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차익은 총 3조3000억 원 선. 산업은행이 9300억 원, 농협이 5900억 원, 국민은행이 4300억 원, 우리은행이 330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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