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노조 ‘고용세습’ 명문화 요구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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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노조가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을 명문화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 세습’에 대해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로 고용의 유연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다른 일반 취업 희망자의 기회를 박탈하는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SK㈜에 따르면 노조가 회사 측에 제시한 80여 개 조항 300여 개 단체협약 개정안에는 ‘정년(만 60세) 이전에 조기 퇴직하는 직원의 자녀를 의무 고용할 것’이라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가 단체협약안에 ‘고용 세습’ 명문화를 요구하기는 SK㈜가 처음이다.

SK㈜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정년을 앞둔 고임금자에 대해 구조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수시로 밝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조기 퇴직자 자녀 취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구조조정 계획이 없음을 수차례 천명했다”며 “노조의 고용 세습 요구는 터무니없고 ‘인재 채용’이라는 경영 방침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기업체의 경우 직원의 자녀가 입사시험에 응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기는 했지만 일반 응시자와의 형평성 때문에 음성적으로 이뤄졌다.

울산의 모 대기업 노조는 2004년 단체협상에서 ‘고용 세습’을 요구하려다 ‘너무 지나치다’는 안팎의 여론 때문에 자진 철회했다.

퇴직자 자녀에 대한 고용 의무화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뿐더러 평등권 침해, 고용시장 유연성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퇴직자 자녀를 의무 고용하면 일반인의 고용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사기업의 노사 협상을 정부가 법이나 제도로 막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부 당국자는 “사기업의 노사가 서로 원해서 자율적으로 이뤄 낸 협상이라면 딱히 간섭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심의관은 “해당 회사에 입사하려는 다른 지원자의 기회를 박탈할 소지는 적지 않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제조업체 노조원은 “임금과 복리 후생 수준이 국내 기업체 가운데 최고인 SK㈜의 노조가 취업까지 세습하려는 것은 배부른 노조의 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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