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신제품 감별사”…전문가 수준의 분석-고발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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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자물쇠 제조업체인 크립토나이트는 2004년 한 블로그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1000만 달러(약 95억 원)의 손실을 봤다.

문제의 동영상은 이 회사의 인기 상품인 ‘실린더 자물쇠’를 볼펜으로 쉽게 여는 방법을 보여 주는 내용. 회사가 해결책을 찾는 동안 180만 명이 동영상을 봤고, 결국 제품 모두를 거둬들이고 새 제품으로 바꿔 줘야만 했다.

인터넷 블로그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블로그 관련 기관인 미국의 테크노라티에 따르면 전 세계의 블로그는 2003년 이후 5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 현재 3000만 개에 이른다. 또 인터넷 사용자 4명 가운데 1명이 블로그를 읽고 있으며 그 수가 매년 60%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초기 블로그들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주제를 많이 다뤘지만 최근에는 정치 경제 자동차 제약 장난감 여행 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로 범위가 넓어진 상태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주요 이슈에 관한 분석이나 비판을 담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피터 드로렌조 씨는 미국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 인물로 꼽힌다. 2004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동성애자 차별 반대법안 지지를 갑자기 철회한 배경을 폭로한 것도 블로거였다. 한 블로거가 “이 법안에 대한 찬반 투표 직전 MS의 고위 임원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던 대형 교회 목사와 은밀히 만났다”고 블로그를 통해 알린 것. 캐나다의 한 블로거는 휴지와 테이프, 가위를 이용해 켄싱턴사의 노트북 잠금장치를 푸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올려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대부분의 사람이 블로그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것이며, 블로그가 e메일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잘못된 내용을 확산시켜 피해를 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개인 미디어라는 특성상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일단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뒤에는 잘못을 수정해도 피해 수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블로그 활용 사례
블로그 운영주체 기업인 및 기업 내용 및 효과
밥 루츠 GM 부회장-개인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알리는 대화 창구 마련-GM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감소
스토니필드(유기농 요구르트 회사)-소비자를 △여성 △유기농 제품에 관심 있는 사람 △부모 등 5개 부류로 나누어 유용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
매크로 미디어(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우수 직원을 ‘커뮤니티 매니저’로 선정한 뒤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와 자유로운 대화를 추진-대화 내용을 제품 개발에 반영
자료:인터넷 업계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세계 모든 사람과 소통가능해 매력”

“이제는 블로그 시대…블로그가 뜬다!”

블로그는 최근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1인 미디어 서비스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 3200만 명 가운데 80% 정도가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블로그마다 특정 이슈에 대해 많게는 하루에 수십 개의 글이 올라오고 서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뜻하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의 특성 때문.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톱 블로거’ 3명을 만나 블로그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들어 봤다.

―블로거는 직업이 없는 백수?

인터넷 서비스 컨설턴트 ‘블루문’(http://tracezone.com)으로 유명한 이준영(35) 씨는 국내 유명 사이트 몇 곳의 인터넷 서비스 컨설팅을 하고 있는 엄연한 사업가. 하지만 하루에 원고지 수십 장 분량의 긴 글을 2, 3개씩 블로그에 올리는 그를 백수로 생각하는 누리꾼이 많다.

이 씨는 “대부분의 블로거가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가 아닌 ‘퍼가기’(남의 것을 옮겨다 놓는 행위)를 주로 하다 보니 시간 많은 사람일 것이란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블로거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기 위해 자신을 과시한다?

블로거들 사이에 ‘이름쟁이’(http://namist.egloos.com/i5)로 널리 알려진 박종오(30) 씨는 1200여 명의 고정 방문자를 갖고 있는 브랜드 전문가. 그러나 그는 “전문가라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농심에서 브랜드 관리를 연구하는 회사원인 그의 주업무는 제품 상표의 해외 등록 여부를 검색하거나 브랜드 탄생 배경이나 유래 등을 연구해 새로운 제품 브랜딩에 활용하는 것.

이런 연구를 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 내용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 누리꾼들 사이에 최고 전문가로 등극하게 된 배경이 됐다.

―블로거의 미래는 인터넷 중독자?

삼성전자 등의 신제품을 미리 써 보고 평가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제닉스’(http://xenix.egloos.com) 이일희(25) 씨는 9년 전부터 PC통신 등에 글을 올리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

이 씨는 “내가 쓴 제품 리뷰를 보고 해외 업체에서 제품 평을 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모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블로그의 매력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블로그(blog):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로 일기 칼럼 기사 등을 자유롭게 올리거나 개인 출판, 방송, 커뮤니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는 1인 인터넷 미디어. 인터넷에 의견과 지식을 올릴 수 있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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