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보석]법원 “경제 악영향 고려했다”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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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는 정몽구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석 결정 소식을 듣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서 석방 조치를 받은 뒤 구급차에서 나오고 있다. 박영대 기자
입원하는 정몽구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석 결정 소식을 듣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서 석방 조치를 받은 뒤 구급차에서 나오고 있다. 박영대 기자
“택시 운전사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에 오른 (기사의) 댓글도 읽어 봤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보석 신청을 허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김동오 부장판사의 말이다. 그는 “고민이 많았다”며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고 그랬다”고 말했다.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른 방어권 보장 조치”=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지난 10여 년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재판 원칙을 추진해 온 노력을 따랐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경영공백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고려됐다고 했다.

그는 “정 회장의 건강상태는 고려 대상이긴 했지만 보석 허가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면서 “보석 결정이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낸 탄원서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대기업 회장이라고 특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엄정하게 책임 물을 것”=정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보석 결정만으로 1심 판결 선고에서 집행유예형과 같은 ‘선처’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김 부장판사는 보석 결정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재판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피고인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기일을 연기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인정한 비자금 조성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재판장도 유죄 부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이 정 회장 형량을 정하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말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을 비판하는 등 취임 이후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의지를 밝힌 것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지,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될지,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법정구속이 안 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 회장, 2주가량 병원 치료 받을 듯=정 회장이 석방된 뒤 입원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정남식 심장내과 교수는 “앞으로 2주 정도 정밀검사와 함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 고혈압에다 심장막에 물이 고여 있고 왼쪽 폐에 혹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정 교수는 “심장병은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정 회장이 최근 흉통을 자주 호소하는 등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다”며 “정 회장이 고령이고 고혈압을 30년 이상 앓아 온 데다 담배를 많이 피운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입원한 병실은 병원 20층의 VIP병실 가운데 하나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이 이용했다. 하루 입원비는 약 8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동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 보석 허가와 관련해 “필요하면 정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수 있지만 당장 소환할 필요성은 없는 것 같다”며 “비자금 용처 수사가 일부 남아 있지만 (정 회장의 석방으로) 수사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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