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새롭게 태어나자"…정사장 면회통해 옥중심정 토로

  • 입력 2006년 5월 12일 2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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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일을 교훈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면서 "임직원들도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정 회장과의 몇 차례 면회에서 구술받은 내용들을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을 12일 회사 인트라넷에 올렸다.

이는 정 회장의 구속 후 심정을 담은 일종의 옥중서신인 셈이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시작된 뒤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께 글을 보냅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의 갑작스런 상황으로 충격과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매우 컸을 것입니다"라면서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여러분들의 명예와 자부심이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땀 흘려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들이 유난히 떠오르고 불안해하고 있을 협력사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착잡합니다"라고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의 글은 곧 자기 반성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이 모두를 덕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라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뒤 "오로지 우리 현대차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현대차의 발전을 위해 다시 뛸 마음가짐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라고 화합과 재도약의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곤경에 처할수록 근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본이 있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직원들이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저를 염려해주고 걱정해주신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라면서 글을 맺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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