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귀재? 백지수표 안겨라”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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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훈 기자
그래픽=김성훈 기자
“도대체 이랜드의 인수합병(M&A)팀은 어떤 친구들이야? 도깨비 방망이라도 갖고 있는 거야?”

지난달 28일 프랑스계 할인점 한국까르푸 인수전에서 ‘복병’ 이랜드에 일격을 맞은 롯데그룹의 고위 임원은 허탈해하면서 이렇게 털어놨다고 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 3조4000억 원을 손에 쥐고 까르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까닭에 발표 직전까지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자신했다.

결과는 빗나갔고 탈락의 충격은 컸다. 롯데는 실패의 원인이 M&A 전략을 짜고 지휘할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라고 결론지었다. ‘M&A 전문가를 구하거나, 없으면 키워라.’ 롯데그룹의 인수 관련 실무자들에게 과제가 떨어졌다.

○ 재계는 지금 M&A 전담팀 신설 붐

이런 움직임은 롯데그룹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M&A 전문가를 비밀리에 영입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대량 인수는 이 전문가가 지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GS그룹도 2010년 재계 5위 진입을 위해 GS건설에 투자관리팀을 신설하고 M&A 전문가 스카우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영진 M&A연구소’의 김영진 소장은 “M&A 작업 자체가 비밀리에 이뤄져 드러나지는 않지만 웬만한 대기업은 대부분 M&A 전담팀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M&A 전담팀은 구성 방식에 따라 대체로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기획실에 전담팀을 두거나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 M&A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두산, 이랜드 등이 이런 조직을 두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 전략기획본부를 주로 이용하면서 별도 법인(네오플럭스)까지 설립해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랜드는 미국의 다국적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M&A팀을 모방해서 만든 ‘CNO(Chief Negotiation Officer)실’이 M&A 핵심 조직이다. 이곳에는 국내 기업 인수전담팀과 해외 기업 인수전담팀이 있다. 최근 인수한 까르푸는 해외 기업 인수전담팀의 성과였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소규모 경영투자컨설팅 회사인 ‘부티크’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롯데그룹과 대한전선이 이런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필요할 때마다 내부에서 인력을 선발한 뒤 로펌, 회계법인, 외국계 투자은행 등을 자문사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 치솟는 M&A 전문가 몸값

재계가 M&A 전문가 영입에 신경 쓰는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 알짜 회사로 변신한 기업들이 대거 M&A 매물로 나오고 있어 이를 인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연내 매각이 예정된 1000억 원 이상 대형 M&A 매물만 10여 개에 이른다. 코스닥 등록법인은 거의 하루에 한 건 이상 거래가 성사된다고 한다.

M&A가 유력한 사업 확장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M&A 중개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이랜드의 M&A전담팀 직원들은 동기보다 한두 직급이 높고, 다른 기업들도 억대의 스카우트비와 고액 연봉 등 ‘특별대우’를 해 준다.

헤드헌팅 업체 ‘더에이치알’의 윤정숙 사장은 “경험 많은 M&A 전문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부르는 게 몸값”이라고 귀띔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알짜 기업들
M&A 대상 기업매각일정인수 추진 기업
대우건설상반기두산그룹, 프라임그룹, 유진그룹, 삼환기업, 금호그룹
대우인터내셔널하반기SK그룹, GS그룹, 대주그룹
대우정밀상반기S&T중공업
대우조선해양하반기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대주그룹, STX그룹, GS그룹
대한통운하반기금호그룹, 롯데그룹, STX그룹, 동국제강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LG카드상반기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농협, 씨티그룹
하이닉스반도체하반기LG그룹, 중국계 기업
현대건설하반기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기업, 금호그룹, 두산그룹, 대림산업, 포스코
쌍용건설상반기웅진그룹, 대주그룹, 신영, 금광건업
자료: 김영진 M&A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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