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때 ‘기업인수 브로커’ 영장…검찰, 김재록씨 본격수사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가적으로 추진된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알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브로커’를 통해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정리 대상 기업 인수 및 금융기관 대출 알선 청탁과 함께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업투자자문 회사인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대표 김재록(金在錄·49·사진)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씨는 2000, 2001년 기업들로부터 “정리 대상 업체를 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경제 부처 고위 관료와 정치인에게 부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2001년 경기 부천시의 한 쇼핑몰업체로부터 금융기관 대출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DJ 정부 시절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서 “알짜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일부 기업에서 돈을 받은 뒤 평소 친분이 있던 경제 부처 고위 인사와 정치인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수사기획관은 “앞으로 김 씨가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기업 인수합병 브로커로 활동했을 당시는 정부가 구조조정 자금 145조 원을 투입해 정리 대상 기업을 국내외 기업에 매각했던 시기로 부실기업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높고 우량한 기업들이 지나치게 싼값에 매각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대우 기아 한보 등 16개 재벌그룹이 30대 재벌에서 탈락했고 10개 그룹은 분할 매각됐으나 한화와 두산그룹은 우량기업으로 평가받았던 대한생명과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저가에 인수해 특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김 씨를 내사해 오다 올해 1월 10일 김 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김 씨의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2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23일 영장실질심사 이후 결정된다.

■ 김재록씨 누구인가…금융계 마당발

김재록 씨는 DJ 정부 시절 외국계 A컨설팅 업체의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렸다. 김 씨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 고위 인사들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특히 김 씨는 DJ 정부 시절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면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한 이헌재(李憲宰)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이 전 부총리의 인맥을 일컫는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숨은 이헌재맨’으로 불릴 정도로 이 전 부총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02년 A컨설팅 업체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로 자리를 옮겨 대표를 맡아 왔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은 대우상용차 매각 등 기업 인수합병 관련 업무, 고합과 쌍용차 등 워크아웃기업 구조조정 자문, 재경부 등 정부부처 경영진단 등에 참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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