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탈루혐의 고소득자영업 422명, 소득 57% 신고안해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코멘트
서울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A 씨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7억6000만 원을 벌었다.

그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은 1억2000만 원. 손님들이 사우나 및 부대시설 사용료를 대부분 현금으로 내는 점을 이용해 실제 소득의 95.6%를 빠뜨렸다.

A 씨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13억7000만 원의 소득세를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20일 고소득 자영업자 422명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세무조사를 벌여 모두 1094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표본으로 선정된 422명의 2003년과 2004년 소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2년간 총 5302억 원을 벌고도 절반이 넘는 3016억 원(56.9%)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세무조사 결과를 일반 자영업자나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이들은 이미 탈세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 기업형 자영업자 소득 탈루 심해

조사를 받은 자영업자들은 △예식장, 스포츠센터, 대형사우나 등을 운영하는 기업형 자영업자 97명 △의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건축사 등 전문직 172명 △유흥업소 업자 등 기타 153명이다.

이 가운데 기업형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가 가장 심했다. 이들은 1인당 연평균 8억1000만 원을 벌었지만 이 가운데 6억 원(74.0%)을 신고하지 않았다.

전문직 자영업자는 연평균 소득 4억2000만 원 가운데 1억8000만 원(42.8%)을, 기타 업종은 연평균 소득 7억4000만 원 가운데 4억 원(54.0%)을 각각 신고에서 빠뜨렸다.

이들 422명이 2년간 자진 납부한 세금은 모두 638억 원. 1인당 평균 1억5000만 원이다.

국세청은 이미 납부했던 세금보다 많은 1인당 평균 2억6000만 원을 추징했다. 1인당 추징액은 기업형 자영업자 4억1000만 원, 전문직 1억5000만 원, 기타 업종 2억9000만 원이다.

○세금 덜 내 재산 늘렸다

422명이 보유한 재산은 1995년 말 총 5681억 원에서 지난해 말 1조5897억 원으로 늘었다. 부동산 값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재산 증가도 있었지만 세금을 내지 않아 늘어난 재산이 적지 않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1인당 평균 재산 증가액은 24억2000만 원.

한상률(韓相律) 국세청 조사국장은 “탈루한 소득이 다른 부동산을 사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는 P(62) 씨는 최근 2년간 소득 53억 원 가운데 20억 원을 탈루해 배우자 명의로 다른 예식장을 인수하는 데 썼다. P 씨는 고객이 예식비나 피로연회장 사용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하면 부가가치세 10%를 별도로 요구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분기마다 세무조사 벌인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분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에 소득 탈루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난 기업형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319명을 추가로 선정해 당장 30일간의 세무조사에 나섰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 5월 이후에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직종 2, 3개를 추가로 선정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