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택배 물류센터서 본 ‘설 경기’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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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 구로물류센터. 직원들이 배송 지역별로 분류된 상품을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이들의 손놀림은 바빴지만 작업장에 쌓인 물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박영대 기자
18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 구로물류센터. 직원들이 배송 지역별로 분류된 상품을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이들의 손놀림은 바빴지만 작업장에 쌓인 물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박영대 기자
“오랜만에 설날 경기가 제대로 있는 것 같아요.”

18일 오전 7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 구로물류센터. 설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이지만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영하의 날씨에도 땀에 흠뻑 젖은 직원 50여 명은 상품 코드를 보고 물건을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즘 물류센터는 낮에는 물건 배송으로, 밤에는 물건 분류 작업으로 24시간 돌아간다. 이곳 사람들은 “배송 주문이 밀려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귀띔했다.

전날 밤부터 분류 작업을 한 박명순(40·여) 씨는 “오늘은 갈비와 건어물 세트가 유난히 많았다”며 “물량이 작년 설보다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명절다운 명절’을 보낸 기억이 없는 유통·물류업계는 올해 설을 앞두고 오랜만에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루 처리량 6만 박스 육박

평소 이 물류센터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4만5000여 박스. 그러나 요즘에는 하루 6만 박스에 육박한다.

물류센터 이효남 과장은 “다음 주초엔 작년 설보다 10%가량 늘어나 하루 7만 박스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는 차량 20여 대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물세트의 가격대는 예년과 비슷했다. 이 과장은 “작년에 안 보내던 사람들이 조그만 선물이라도 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분류작업이 끝나자 운전사들이 센터를 ‘접수’했다. 자기 지역에 배달할 물건을 실은 트럭이 빠져나가면 또다시 그 뒤에 대기 중인 트럭이 자리를 채웠다.

오전 10시 반경 배달직원들이 고객에게 연락해 배달시간과 주소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마침내 배송에 나섰다.

○분초(分秒)를 다투는 배송 현장

“이번 주는 그나마 좀 낫지만 다음 주부터는 정말 정신이 없을 겁니다.”

1t 트럭에 물건을 가득 실은 유양선(42) 씨는 허겁지겁 차에 올라탔다. 그가 이날 아파트, 상점 등에 배달해야 하는 물품은 80여 박스.

시간 내에 마치려면 종일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한다. 그는 “점심을 거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선물을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다행이라고 한다. 택배기사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 “수고한다”면서 물건을 받는 집에서 음료를 건네거나 담뱃값을 찔러주는 인심이 늘었다. 그는 이럴 때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백화점도 경기회복 기대

다른 택배회사들도 16∼26일을 ‘비상 수송기간’으로 잡고 전년도보다 30∼70%씩 예상 물량을 늘려 잡았다. 첨단 장비와 차량, 오토바이 등을 동원해 ‘배송 전쟁’에 임할 계획이다.

백화점들도 저마다 대목 채비를 완료했다. 신세계백화점 경영지원실 정병권 부장은 “백화점과 할인점 모두 지난해 설보다 15∼20% 정도 선물세트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현장 배송 아르바이트생과 차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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