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연간 4만대 더 팔릴 것”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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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사립대 C(48) 교수는 요즘 새 차 구입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도요타 렉서스 ES330 모델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혹시 모를 주변의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봉, 연구용역비, 부인 수입을 합쳐 한 해 수입이 2억 원이 넘지만, ‘부정적 주변 시선’의 벽을 넘어서는 데 자신이 서지 않는다. 가족과 상의 끝에 그는 지금 그랜저TG를 구입 희망리스트 맨 위에 올려놓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편견 여전히 심해

한국처럼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편견이 강한 나라도 드물다. 1988년 수입차 시장이 개방돼 꾸준히 판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내수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아직 3%대. 이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 수입차 업계는 주장한다.

남의 눈을 별로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우량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수입이 많은 기업인과 직장인이라도 세무조사나 동료의 시선 등을 의식해 수입차 구입을 미루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정계 관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수입차를 ‘그림의 떡’으로 여긴다고 딜러들은 귀띔한다.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 제품이 거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독특한 현상으로 꼽힌다.

○시선 바뀔 경우 판매증가 효과는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사회분위기가 사라진다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얼마나 확대될까.

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국산 대형차와 수입차 소유자, 오피니언 리더 등 500명을 상대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 대형 자동차(2000cc급 이상) 소유자의 27%가 ‘수입차를 사면 주변의 부정적 여론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들 중 23.9%는 ‘수입차 구매 시 직간접적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정관계, 학계, 언론계 등 오피니언 리더층에서는 조사대상자의 63%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수입차를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대형차 시장 규모는 연간 16만여 대. 이 가운데 수입차 판매대수는 3만 대 정도다.

수입차협회는 국산 대형차 소유자의 25% 정도가 남의 눈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연간 4만 대 안팎으로 추정했다.

○눈치 안 보는 소비자도 증가

벤츠코리아 김예정 상무는 “10월 선보인 뉴S클래스가 한 달 만에 230여 대가 팔릴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오피니언 리더층에서도 뉴S클래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BMW 자동차를 160여 대 판매해 온 저먼모터스의 장주희 딜러는 “수입차 차종이 다양화되고 국산차와의 가격차도 줄면서 고객들이 수입차에 좀 더 쉽게 다가서고 있다”며 “대기업 임원과 대학 교수 중에서도 수입차를 찾는 분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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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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