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협력경영]대기업-중소기업 ‘아름다운 동행’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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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강동영 기자
그래픽 강동영 기자
현대건설은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매년 시공실적과 경영상태, 현장평가, 안전관리 등의 세부 항목을 심사해 우수 협력업체에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우수협력업체로 뽑히면 현대건설이 발주하는 공사 경쟁 입찰에서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공사물량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준다. 회사 측은 올해 64개사를 우수협력업체로 선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협력경영과 상생(相生)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과 성장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가져다 줄 과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무엇보다도 글로벌 무대에서는 양자의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성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은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에 앞장서 스스로 상품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쏟아지는 중소기업의 불만

대기업과 하도급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털어놓는 불만은 대기업의 횡포에 집중된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쥐어짜면서 만들어 낸 과실을 대기업이 고스란히 가져간다는 것이다.

“기술개발도 하고, 임직원들이 밤을 새우면서 열심히 일해 대형업체와 하도급거래를 텄습니다. 그런데 이익을 좀 낼 만하니까 납품단가를 깎으라는 요구가 들어왔습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 사장의 얘기다.

실제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도권 소재 142개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과 하청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요구에 대한 불만이 30.3%로 가장 많았다.

중소 협력업체를 사업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이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대기업이 성장하는 사례는 아직도 적지 않은 편이다.

중소기업들은 또 대금지급 방법도 장기 어음이 아니라 현금으로 지급할 것(19.0%)을 원했다.

○상호신뢰가 우선돼야

소형 주방가전을 생산하는 엔유씨전자는 2001년 ‘요구르트 제조기’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으나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회사 측은 GS홈쇼핑과 상의한 끝에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 GS홈쇼핑에서 요구르트는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003년 3월 첫 방송에서 3000대가 팔린 요구르트 제조기는 이후 연말까지 14만 대를, 이듬해에는 20만 대를 팔았다.

2002년 50억 원이던 이 회사 매출액이 3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에 홈쇼핑업체의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이 결합되면서 판매성공에 이른 케이스다.

물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기는 어렵다. 하도급 중소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제품을 납품 받으려면 제조기술 전수도 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뒤따른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느끼는 불만으로는 △제조기술이 뒤지고(58.4%) △원가절감 노력이 부족하며(13.9%) △납기가 불확실하다(9.9%)는 점을 꼽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요 대기업 하도급 거래 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뿌리 뽑자는 취지의 ‘하도급 공정거래 실천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CEO들은 “취지는 환영하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경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서로를 동반 성장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경쟁사를 소중히 여겨라

훌륭한 경쟁사보다 더 좋은 축복은 없다. UPS와 페덱스의 경쟁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훌륭한 경쟁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 준다. 누군가 쫓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 톰 피터스·경영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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