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룸’마케팅… 분위기를 판다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7분


위니아만도 김치냉장고 매장 ‘비스트로 디’
위니아만도 김치냉장고 매장 ‘비스트로 디’
4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레스토랑 ‘비스트로 디’ 오픈 행사장.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카페와 레스토랑, 요리책 전문 도서관이 어우러진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곳은 가전업체 위니아만도의 쇼룸(showroom). ‘디’는 이 회사의 김치냉장고 ‘딤채’를 뜻한다.

종업원들은 실내 곳곳에 장식돼 있는 김치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손님들의 테이블로 날랐다.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제품과 만나도록 한 것.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감성을 가미한 ‘체험 마케팅’이 전자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제품의 성능 못지않게 ‘제품과 더불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구매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 성능에서 차별화로

급격한 기술 발달은 품질 차이를 크게 줄였다.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은 ‘성능’에서 ‘차별화’로 바뀌었다.

전자제품의 소비성향도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품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쓰느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자연히 기업들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문을 연 ‘애니콜 스튜디오’는 명품(名品) 브랜드 전략에 맞춰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졌다. 국내외에 선보인 애니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LG텔레콤이 3월부터 운영 중인 오프라인 체험 매장 ‘폰앤펀(Phone&Fun)’도 다양한 서비스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체험 마케팅의 허와 실

LG텔레콤에 따르면 8월 폰앤펀 매장 방문 고객은 7월보다 114%, 매장을 통한 신규 가입 고객은 23% 늘어났다. 매장에서 직접 듣고 고를 수 있는 음악파일 다운로드 회수는 122%나 증가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와 비데 등을 써 볼 수 있는 공간인 ‘체험 버스’를 4월부터 운영하면서 비용의 3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써보니 좋더라’는 체험자들의 구전(口傳)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부수 효과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의 유통 판매망이 아닌 새로운 체험관 형식의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기존의 직영 매장을 폰앤펀 매장으로 바꾸려면 평균 1억 원 이상이 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매장을 현재 52개에서 2007년까지 380개로 늘릴 예정. 수리비용만 330억여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급한 투자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실제로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비용 부담이 큰 체험 마케팅의 특성상 매출 증가라는 직접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못하면 무작정 전략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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