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블로거, 사장님 되다…구매평 올리다 블로그 오픈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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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재(29·여) 씨는 2003년 초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좋아하는 옷과 액세서리 사진을 올렸다.

독특한 디자인에 매료된 누리꾼(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인터넷과 입소문을 타고 하루에 1만여 명씩 그의 미니홈피를 방문했다.

자신이 생긴 강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04년 4월 아예 인터넷 쇼핑몰 ‘업타운 걸’을 차렸다.

강 씨의 경우처럼 ‘쇼핑 블로거’들이 진화하고 있다. 쇼핑 블로거는 인터넷에 상품 정보를 올리는 사람.

처음에는 ‘써 보니 좋더라’,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등 상품 사용 후기를 올리던 이들이 이젠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인기 상품을 골라주는 ‘쇼핑 큐레이터’ 역할을 한다.

강 씨처럼 누리꾼의 인정을 받은 블로거들은 ‘사업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 쇼핑 큐레이터로 진화

회사원 박미수(25·여)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다른 소비자의 평가를 꼭 확인한다.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인터넷에서는 다른 사람의 ‘구매 경험담’이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제품을 써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으면 일단 믿고 산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상품 평가가 다른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쇼핑 블로거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상품을 골라서 보여주는 ‘쇼핑 큐레이터’로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다른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전업주부 김정애(50) 씨는 인터넷 쇼핑몰 ‘디앤샵’의 인기 블로거다. 인테리어 및 패션 쇼핑 분야에서 그의 쇼핑 노하우를 얻으려는 사람이 많다.

김 씨는 “블로그를 통해 전업주부가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패션 감각을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기 블로거들의 추천 상품이 잘 팔리자 인터넷 쇼핑몰들도 블로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아이세이브존은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은 제품이 다른 소비자에게 팔리면 상품 가격의 10%를 ‘중개 수수료’로 준다.

CJ몰은 관심 분야가 비슷한 소비자들을 ‘쇼핑 일촌’으로 묶어주는 블로그를 8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 사업가로 변신하기도

인기 쇼핑 블로거 출신으로 사업가로 변신한 강 씨는 GS홈쇼핑과 손잡고 이달부터 그의 패션 브랜드 ‘업타운 걸’을 홈쇼핑 방송에서 팔고 있다. 첫 방송 판매 실적은 4억여 원. 세 차례 방송에 나가 모두 10억 원어치를 팔았다.

여대생 공주희(23) 씨는 3월부터 ‘공 사장님’이 됐다. 취미로 인터넷 다음 카페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 정보를 올리다가 아예 ‘해외상품 구매 대행’ 카페를 만들고 부업 전선에 뛰어든 것. 용돈 벌겠다고 시작한 일이 지금은 월평균 200만∼300만 원의 수입을 올려주고 있다.

CJ홈쇼핑 김우진 과장은 “소비자들은 판매자의 홍보성 구매 정보보다 특정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안목을 가진 쇼핑 블로거들의 구매 정보를 더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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