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경기 또 양극화…간혹 웃지만 한숨만 푹푹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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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신세계 이마트 서울 용산역점에서 쇼핑객들이 추석 이벤트 코너에서 선물과 제수용품을 고르고 있다. 강병기 기자
11일 신세계 이마트 서울 용산역점에서 쇼핑객들이 추석 이벤트 코너에서 선물과 제수용품을 고르고 있다. 강병기 기자
《올해도 추석 경기는 양극화 조짐이 뚜렷하다.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의 올 추석 매출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이들에 밀린 재래시장은 판매가 크게 줄어 ‘추석 대목’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할인점이 추석을 앞두고 접수한 선물 예약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9∼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8월 26일∼9월 4일 접수한 추석선물 예약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8월 29일∼9월 8일 판매한 상품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9%, 선물세트 예약 판매량은 24% 증가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추석을 일주일 앞둔 대목이지만 오히려 평일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강병기 기자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접수한 선물세트 예약 판매량이 식품, 와인, 차(茶) 등 품목별로 작년에 비해 10∼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점도 작년 추석보다 판매실적이 나아졌다.

2일부터 추석선물 특설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선물세트 판매량이 13%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8월 22일∼9월 6일 판매한 추석상품권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5% 이상 늘어났다.

반면 갈수록 생존이 힘든 재래시장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도 나아진 게 없는 분위기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15년째 옷 도매상을 하는 정균순(丁均順·50·여) 씨는 “올해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며 “올 추석은 기온마저 높아 추석빔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고 말했다.

생선을 파는 강영매(姜英梅·65·여) 씨도 “작년에는 조기를 한 번에 5만∼6만 원어치씩 팔았는데 올해는 2만∼3만 원어치씩밖에 안 팔린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 도매상은 “소매상들의 구입 물량이 작년의 50% 수준으로 줄었다”며 “도매상들이 궁여지책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상자당 1000∼2000원 남기며 팔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과 할인점도 매출은 늘고 있지만 소비자 1인당 추석 관련 지출이 줄고, 1만∼2만 원대 저가(低價)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해 경기회복 징후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9일 서울 성동구의 한 할인점에서 쇼핑하던 윤봉선(尹鳳善·58·사업·여) 씨는 “선물 구입비를 작년의 절반으로 줄였다”며 “제수용품도 작년 추석의 60% 수준에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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