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있으매… ‘더페이스샵’ ‘코스맥스’ 동반성장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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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1∼6월) 저가(低價)화장품 시장에서 ‘미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더페이스샵은 화장품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더페이스샵의 제품 대부분은 코스맥스라는 화장품 전문제조업체가 만들어 공급한다.

더페이스샵의 비약적인 성공에는 코스맥스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다.

○은혜를 은혜로 갚다

더페이스샵 정운호(鄭芸虎·40) 사장과 코스맥스 이경수(李慶秀·59) 사장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쿠지’ 화장품 브랜드로 막 사업을 시작한 정 사장은 이 사장을 찾아가 ‘담보가 부족하지만 물건을 대달라’고 사정했다.

이 사장은 정 사장이 화장품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익힌 영업력을 믿고 담보금액과 상관없이 물건을 공급해주기로 했다.

2003년 말 더페이스샵을 설립한 정 사장은 다시 한번 이 사장을 찾았다. 코스맥스가 만든 화장품을 매장에서 팔겠다는 제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화장품 전문제조업체인 코스맥스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이 사장은 더페이스샵의 수도권 매장과 부산, 제주매장까지 둘러본 뒤 납품하기로 결정했다. 저가화장품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 ‘도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지금은 코스맥스가 덕을 보고 있다. 코스맥스는 경기침체로 2003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7.2% 감소했으나 더페이스샵에 납품을 시작한 2004년에는 48.2%나 급증했다.

최근 해외 진출을 늘리고 있는 더페이스샵은 해외 매장에 들어가는 물건의 대부분을 코스맥스에 주문해 옛 ‘은혜’를 갚고 있다.

○전문 분야 집중이 성공 비결

최근 정 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코스맥스 주식 37만 주(지분 3.7%)를 처분했다. 화장품을 여러 곳에 공급하고 있는 코스맥스가 다른 화장품 회사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지분 매각을 요청한 데 따른 것.

코스맥스는 로레알과 존슨앤존슨 등 유명 해외 브랜드에도 납품하고 있다.

이 사장은 “매출의 약 40%는 더페이스샵에서 나오지만 코스맥스와 더페이스샵이 갈 길은 다르다”며 “코스맥스는 연구개발과 제품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페이스샵은 화장품 제조업체를 매각하고 지금은 마케팅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 사장은 “최상의 파트너를 만나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과 정 사장은 20년 가까운 나이차가 난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대웅제약과 남대문시장에서 영업력을 기른 ‘영업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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