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따라하면 ‘기본’은 한다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1분


한국 증시에서는 오랫동안 ‘외국인 따라 하기’ 투자전략이 유행했다.

투자 기법은 간단하다. 외국인 순매수(매수 금액에서 매도 금액을 뺀 것)가 늘어난 종목을 뒤늦게라도 따라 사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외국인보다 ‘기관투자가 따라 하기’가 더 유용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아니라 기관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기관을 따라 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패턴

외국인 따라 하기는 정석투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투자 기법이다.

가끔 부작용도 나타난다. 국내 작전세력들이 외국 조세회피지역에 역외(域外)펀드를 만든 뒤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행세하는 것이 대표적. 외국인이 샀다는 소식만 들리면 추격 매수세가 붙어 주가가 오르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것.

최근에는 ‘진짜’ 외국인들도 적당한 종목을 골라 매수한 뒤 추격 매수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 주가가 오르면 바로 빠져나가는 투자 행태를 종종 보이고 있다.

최근 ‘기관 따라 하기’가 관심을 끄는 것은 올해 들어 기관이 외국인을 제치고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떠올랐기 때문. 증권선물거래소가 올해 들어 8월 9일까지 투자주체별로 손익을 분석한 결과 기관은 6091억 원을 벌어 외국인(4778억 원)보다 평가이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들은 최근 부쩍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들어 외국인은 1조 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투신권은 1조12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투신권의 이 같은 순매매 규모는 월 단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 “1990년대 기관화 장세, 1999년 ‘바이 코리아(Buy Korea)’ 장세에 이어 세 번째 ‘기관의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투자 포인트

‘기관 따라 하기’를 단기 매매전략으로 사용하려면 월말 투신권의 매매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투신권의 주요 주식 매수자금은 적립식 펀드에서 나온다. 적립식 펀드는 월급날이 몰려 있는 매월 25일 전후에 대거 자금이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투신권의 주식 매매가 월초보다 월말에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펀드 편입 비중이 높은 종목을 매월 중순경 매수했다가 월말에 투신권이 매수에 나설 때 이를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더 멀리 내다보는 장기 투자도 바람직하다.

적립식 펀드 자금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주식을 사야 하는 돈이다. 따라서 실적이 급변하는 종목보다 안정적인 종목에 더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관의 매수로 주가가 다소 오른 종목이라도 실적이 좋고 안정적이라면 추격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관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 준다면 주가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화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간접투자자들이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투신권도 안정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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