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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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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네티즌)들이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서민, 그중에서도 봉급생활자를 타깃으로 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봉급생활자가 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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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혈세를 아껴 쓸 생각은 안 하고 흥청망청 탕진하고 보니 세수 부족이 생겼다(torqueman)”며 세수 부족 때문에 세금을 늘린다는 정부를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생필품, 주류, 담배, 기름값 등 줄줄이 올라가는데…. 돈 있는 사람들이야 얼마 안 되겠지만 서민들은 죽어납니다(ymlove40)”라고 했다.
“소주 값도 올린다고 하니 나 원 참, 이젠 답답한 마음을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 걱정스럽다(happyboy)”는 탄식도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세금정책에 대한 고언(苦言)도 잇따랐다.
“대통령은 지표경기상 결코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왜 재정적자가 계속되는지 모르겠다. 경기가 좋으면 세금이 많이 걷힐 것이고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가.”(hwanghk1)
“서민에게만 쉽게 세금을 더 걷으려는 발상을 접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소득 탈세자에게 세금을 걷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샐러리맨들이 언제나 봉은 아니다.”(eastguk)
○ 무엇 때문에 성이 났나
신용카드사용액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줄이겠다는 것이나 아파트 난방용으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 특별소비세 인상은 서민 살림살이와 직결된다.
장기주택마련저축 이자소득 비(非)과세 대상 축소는 목돈 및 내집 마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소주 값이 오르는데다 고유가 행진으로 휘발유 값이 오르고 담뱃값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서민과 봉급생활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소주의 주세가 현재의 72%에서 90%로 인상되면 360mL짜리 진로 참이슬 한 병의 소비자 가격은 1100원에서 1200∼1300원으로 오른다. 일반 식당에서 현재 3000원을 받고 있으니까 3500∼4000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서울시내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미 휘발유 값이 L당 1600원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지만 석유제품의 가격 구조는 요지부동이다. 휘발유는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에 이른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 2500원짜리 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모두 6가지로 총 1542원. 역시 세금이 61%다.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니라 세금을 피우는 셈이다.
지난해 말 담뱃값을 500원 올린 정부는 10월 이후 500원 추가 인상을 추진 중이다.
○ 소비심리 더 위축될라
세 부담 증가로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가뜩이나 침체상태인 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주의 올해 상반기 내수 출하량은 54만4585kL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줄어 3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 주세 인상, 고유가 등도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의 임주영(林周塋) 교수는 “정부는 세제 개편안이 경기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에 맞는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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